인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가 최근 3년간 출국 승객 5만8,804명을 대상으로 전신검색을 벌여 인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교통보안청(TSA)의 통보에 따라 지정된 승객들이 이유도 모른 채 전신검색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주당 문병호·박기춘 의원이 인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로부터 제출 받아 17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9월부터 지난달까지 3년간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3만8,104명(외국인 2만9,746명), 김해공항에서 1만2,870명, 제주공항에서 3,968명, 김포공항에서 3,862명의 승객이 전신검색을 당했다.
인천공항에 3대, 김해·제주·김포공항에 1대씩 설치된 미 래피스캔사의 전신검색장비는 방사선, 전자파를 이용해 금속탐지기에 나타나지 않는 세라믹 무기, 액체폭약 등을 찾아내는데, 알몸을 보는 듯한 영상을 얻을 수 있어 처음 개발됐을 때부터 논란이 돼왔다.
국토부에 따르면 전신검색 대상은 1차 금속탐지기 검색에서 이상이 있거나, 미국 TSA가 지명한 승객들이다. TSA가 미국행 항공권을 예약한 승객 중에 일반적인 전신검색 대상자를 지정해 항공사에 통보하면 항공사가 발권시 항공권에 대상자임을 알리는 'SSSS' 표시를 하고 공항공사에서 이를 근거로 검색을 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공항에서 지난 7월까지 전신검색을 받은 승객 3만7,240명 중 1만2,195명이 미 TSA로부터 검색 대상자로 지정된 경우다. 하지만 지금까지 전신검색을 통해 위험물을 발견한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박기춘 의원은 "전신검색을 당한 승객들 대부분이 이유조차 설명을 듣지 못했고 항공권에 몰래 표시가 돼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며 "미 TSA가 검색 대상자 선정 기준조차 밝히지 않은 채 통보해준 자료만 갖고 전신검색을 하는 것은 심각한 인권 침해"라고 말했다. 미 TSA는 대상자 선정 기준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항공권을 편도만 예약하거나 현금으로 구입한 경우, 출발 당일 구매한 경우 대상자가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병호 의원은 "전신검색은 도입 당시부터 승객의 옷을 투시해 알몸이 드러나는 등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었지만 정작 위험물 등이 적발한 사례가 없어 논란을 키우고 있다"며 "전신검색 원조국 미국에서도 기존 전신검색장비를 퇴출시키고 신체 이미지를 노출시키지 않은 채 위험물이 있는 곳만 표시하는 새 장비로 교체한 상태"라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미 TSA가 전신검색을 하지 않는 항공사는 자국에 취항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고 테러 예방 등 항공기 안전을 위해서라도 전신검색은 필요하다"며 "얼굴 등 신체 주요 부분은 모자이크 처리하고 이미지를 저장하거나 출력할 수 없도록 하는 등 인권 침해 소지를 줄이기 위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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