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7일 청와대에서 한국을 국빈 방문한 베니그노 아키노 3세 필리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방위산업 협력을 증진키로 하는 등 양국 간 실질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아키노 대통령의 방한은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첫 국빈 방문으로 박 대통령의 아세안 중시 외교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세안 국가를 상대로 한 국산 방위산업 수출에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필리핀이 항공기 획득사업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경공격기인 'FA-50'을 선정한 데 대해 사의를 표하면서 조속히 계약 체결을 마무리해 방산협력이 확대되기를 희망했다. 박 대통령은 또 호위함 등 현재 논의중인 다른 사업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협력을 당부했다. 필리핀은 현재 FA-50 기종 12대(4억 5,000만달러 규모)를 도입키로 하고 한국과 구매계약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6억 달러 규모의 호위함 도입도 논의하고 있다. 아키노 대통령은 "필리핀의 긴 해안선을 방위하는 데 120여척의 함정으로 부족하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며 "안보상 유사한 한국의 군수품과 전력이 필리핀에 매우 유용하다"며 방산 협력을 약속했다.
양국은 정상회담 뒤 '국방분야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해 국방관련 경험 및 정보 교류, 군 인력 상호방문, 군사기술ㆍ방위산업 등의 분야에서 협력키로 했다. 박 대통령은 최근 인도네시아 국빈 방문에서도 기존 국산 T50 훈련기와 잠수함 도입 외에 신규 분야 방산 협력을 더욱 증진키로 했다.
양 정상은 또 조만간 개최될 제1차 한ㆍ필리핀 경제통상 공동위원회를 통해 양국간 경제통상관계를 증진시켜나가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투자 관련 제도 개선 및 우리 기업의 애로사항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으며 아키노 대통령은 필리핀이 경전철과 공항 건설 등 인프라 건설사업 수요가 크다며 경제 발전에 대한 한국 기업의 기여를 높게 평가하고 투자 여건 개선을 위해 지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은 이밖에 이날 체육분야 교류를 강화하는 내용의 '체육협력 양해각서'와 홍수 피해를 입은 팜팡가 지역 학교 재건축 등을 위해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8,040만 달러를 지원하는 'EDCF 차관 공여 계약'을 체결했다.
이날 회담은 '모자(母子) 대통령'과 '부녀(父女) 대통령'의 만남이란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아키노 대통령의 어머니는 필리핀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이며 부친은 마르코스 대통령의 독재 체제에 저항하다 암살된 아키노 전 상원의원이다. 아키노 전 상원의원은 한국전쟁 당시 불과 17세 나이에 종군기자로도 활동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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