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이 육류에 비해 채소 섭취가 부족하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여러 전문가들이 지적해왔다. 채소를 많이 먹긴 먹어야겠는데, 도대체 뭘 얼마나 어떻게 먹어야 제대로 섭취하는 걸까. 최근 채소 섭취의 중요성을 적극 나서서 알리고 있는 오한진 제일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를 만나 지혜롭게 채소 먹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Q. 채소를 얼마나 먹는 게 좋은가.
A. 주요 선진국에서는 국민 건강을 위해 나라에서 채소의 하루 섭취 권장량이나 권장 횟수를 정해놓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2.5컵, 일본은 350g, 영국과 독일은 하루 5번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국가에서 정한 권장량은 없지만 한국영양학회가 하루에 6~8번은 채소를 먹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무게로 치면 일본의 권장량과 비슷한 양으로 보면 된다.
Q. 채소 350g이 얼마나 되나.
A. 음식을 덜어먹는 보통 크기의 개인접시 5개에 수북이 쌓은 정도다. 생각보다 많은 양이다. 우리나라 식단에선 하루에 이만큼의 채소를 먹기가 쉽지 않다. 김치 한 접시를 다 먹어도 실제 채소 섭취량으로 따지면 2, 3g밖에 안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하루 평균 채소 섭취량은 350g의 10분의 1~5분의 1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Q. 한식 재료로 채소가 많이 쓰이는데.
A. 문제는 대부분 간을 하고 조리를 해서 먹는 반찬 형태라는 점이다. 한 끼에 젓가락이 많아야 네댓 번 가는 정도니 섭취량이 적을 수밖에 없다. 채소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는 점도 한계다. 보통 가정집에서 반찬으로 자주 해먹는 채소는 기껏해야 시금치나 콩나물, 취나물, 무, 배추 정도일 것이다. 브로콜리나 파프리카, 피망, 양배추, 양상추 등이 상에 올라오는 건 가끔이다.
Q. 생으로 다양하게 먹어야 한다는 얘긴가.
A. 그렇다. 조리한다고 해서 채소 속 영양소가 그렇게 많이 파괴되지는 않지만, 가능한 가공하지 않고 생으로 먹는 게 영양소를 그대로 섭취할 수 있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양념하거나 기름에 볶으면 열량이 올라가는 문제도 있으니 말이다. 과거 선조들이 채소를 말려뒀다가 오래 두고 한겨울까지 먹었는데, 생채소가 부담된다면 말린 채소 섭취도 영양소가 거의 그대로 남아 있으니 권장할 만하다.
Q. 채소즙을 만들어 먹는 사람도 많다.
A. 채소로 섭취해야 하는 중요한 성분 중 하나가 섬유소다. 그런데 채소즙은 말 그대로 '즙'만 먹는 것이다. 건더기에 남아 있는 섬유소는 다 버리면서 말이다. 즙을 마시고 채소를 먹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즙만 마시기보다는 채소를 통째로 갈아 먹는 편이 영양 면에서는 훨씬 낫다.
Q. 섬유소 섭취도 부족한가.
A. 전문가들은 하루에 섬유소를 25g 이상 먹으라고 권장하고 있다. 과거엔 한국인의 하루 평균 섬유소 섭취량이 39g 정도로 권장량보다 훨씬 많았지만, 최근 들어 22g으로 크게 떨어졌다. 변비 환자가 많아지는 이유다. 섬유소가 많은 채소를 골라 먹는 것도 지혜다. 배추나 무는 예상 외로 섬유소가 많지 않다. 차라리 브로콜리나 양배추, 양파에 섬유소가 더 풍부하다.
Q. 채소로 섭취해야 하는 또 다른 성분은.
A. 플라보노이드다. 채소 특유의 색과 향을 내는 물질로 종류가 5,000가지가 넘는다. 영양분은 아니지만 몸에 들어가 세포의 노화와 유전자 손상을 막아주는(항산화) 작용을 한다. 알레르기나 염증, 감염 등을 막아준다는 주장도 있다. 보통 색이 짙고 검붉은 채소일수록 플라보노이드가 많아 항산화작용이 강하다. 비타민도 빼놓을 수 없다. 과일보다 비타민이 많이 들어 있는 채소도 많다. 예를 들어 껍질을 포함한 사과 100g에 들어 있는 비타민은 5, 6mg인데, 고추 100g에는 약 200mg이다. 파프리카에도 사과보다 200배 가량 많은 비타민이 들어 있다.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간식으로 과자 대신 파프리카를 먹는 습관을 들여주는 것도 좋겠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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