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플레이오프는 '대포 경계령', 플레이오프는 '실책 주의보'다.
역시 LG와 두산의 '잠실 라이벌'전은 실책이 승부를 가르는 모습이다. 11년 만에 가을 야구에 참가한 LG는 지난 16일 두산과의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1차전에서 3루수 정성훈의 결정적인 실책 2개로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정성훈은 0-1로 뒤진 1회부터 송구 실책을 저지르더니, 2-2로 맞선 7회에는 포구 실책까지 범했다. LG는 두산에 비해 불펜 사정이 좋아 경기 후반 충분히 역전을 노릴 수 있었지만 베테랑의 아쉬운 플레이 2개로 경기 흐름을 완전히 빼앗겼다.
평소 '잠실 라이벌'전에 임하는 양 팀 선수단의 각오는 남다르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 잠실벌의 주인은 둘이 될 수 없다. 심심치 않게 벤치 클리어링이 나온다. 매 순간마다 치열한 눈치 싸움과 다양한 작전이 구사된다. 올 정규시즌 역시 류제국(LG)과 최준석(두산)이 사인 훔치기 공방을 벌이는 등 끊임없는 신경전을 벌였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실책이다. 실책 없이 깔끔한 수비력을 유지해야만 승리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두산 유격수 김재호는 "LG와의 경기는 설레는 한편 긴장도 많이 된다. 평소 보다 생각이 많아진다"며 "2009년 4월10일 잠실 라이벌전에서 2개의 결정적인 실책을 저질렀다. 그 때부터 LG만 만나면 수비부터 집중한다"고 했다.
실책이 '잠실 라이벌'전에 미치는 영향은 올 정규시즌에서 벌인 마지막 2차례의 맞대결을 보면 알 수 있다. 두산은 지난 달 30일 열린 시즌 15차전에서 야수들이 무실책 경기와 함께 장단 16안타를 폭발하며 7-3으로 완승을 거뒀다. 반면 LG는 2-6으로 추격한 8회 1사 1루에서 우익수 이병규(9번)가 민병헌의 2루타성 타구를 한 번에 잡지 못하고 1루 주자 허경민의 득점을 허용,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정규시즌 최종전인 지난 5일 결과는 정반대였다. 이번에는 LG가 모처럼 무실책 경기를 하며 결정적인 실책의 두산을 무너뜨렸다. LG는 1-2로 뒤진 6회 2사 1ㆍ3루에서 캡틴 이병규가 상대 구원 유희관의 커브를 잡아 당겨 우월 2루타를 날렸다. 3루 주자 박용택과 1루 주자 정성훈은 모두 홈인. 그런데 타구를 잡은 두산 우익수 민병헌이 중계 플레이를 하는 과정에서 악송구를 범하며 이병규가 3루까지 진루했다. 이후 두산은 오른손 홍상삼을 급하게 마운드에 올렸지만 LG 김용의가 기습 번트를 성공시키며 이병규가 홈을 밟았다. 만약 민병헌의 악송구만 없었다면, 최소한 김용의의 타점은 없었다.
이처럼 선수들이 극도의 긴장감과 집중력을 유지하는 '잠실 라이벌'전에서, 실책은 곧 패배를 의미한다. 그 무대가 포스트시즌이라면 실책이 팀에 미치는 악영향은 더욱 크다. 김진욱 두산 감독은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 직후 "우리 야수들이 안정된 수비력을 보여줬다. 수비 집중력에서 앞섰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에 반해 김기태 LG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1회 조금 긴장하지 않았나 싶다. 재미있게 하려고 했는데 1회부터 끌려간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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