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다문화가정'이라는 말이 자주 쓰이는 것 같다. '단일민족'(homogeneous society)이라는 용어가 자부심으로 느껴졌던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과거 미국은 우리와 달리 '용광로'(melting pot) 사회의 기치아래 "각자 모여 하나로 뭉치는 사회"를 강조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출신이 다른 인종이 모여 하나가 되기보다는 각기 독자적 색깔을 드러내는, 이른바 '모자이크 사회'(mosaic society) 를 지향한다. 이를 두고 다양한 채소를 집어넣는 '샐러드 접시 요리'(salad bowl)나 여러 가지 채소를 뒤섞어 만드는 '토마토 죽'(tomato soup) 사회가 되어간다고 말하기도 한다.
미국은 인구 3억2,000만 명 가운데 백인의 비중이 이미 70% 이하로 떨어졌다. 흑인 비중은 12% 정도에 그치고 있으며 아시아계(3.5%)와 히스패닉 등 기타 민족이 10%를 형성하는데 그야말로 인종의 종합 세트라 할만 하다. 때문에 '백인 사회로의 동화'(Anglo conformity) 라는 의미로 읽히기도 하는 'melting pot'이라는 말 대신 'stew pot'(찌개 사회)라는 용어를 쓰자는 주장도 있었다.
오늘날 이민자 미국인들이 "I'm an American"이라고 말할 때 이는 '미국적 문화에 녹아들었다'는 뜻보다는 자신의 '출신 문화와 언어를 모두 간직한다'는 의미가 강하다. 자기 집에서 영어가 아닌 모국어를 사용하는 민족만 해도 스물 다섯 민족이 넘을 정도로 이미 미국은 완벽한 '모자이크'국가로 바뀌었다. 재미 한국인도 물론 모자이크를 이루는 대표적인 소수민족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제는 각 민족의 고유성과 사회 전체의 다양한 조화(multi-cultural harmony)가 미국이라는 국가를 이끌어가는 주요 원동력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이제는 미국 사회를 두고 '샐러드 접시 요리'(salad bowl)사회, '다양한 샐러드 요리'(diversity salad)사회 혹은 '모자이크'(mosaic)사회라 말하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나물과 김치를 먹지 않는 미국인들은 채소를 이것저것 그릇에(bowl) 담아 드레싱(dressing)을 얹어 뒤섞어 버무려 먹는데 이를 일컫는 'tossed salad'도 다민족 국가를 지칭하는 말로 등장한다.
각 민족의 개성을 그대로 유지한 채 다민족 사회의 아름다움을 형성한다는 비유적 표현들이 영어에는 이토록 많다. 다문화 사회는커녕 여전히 단일 민족에 가까운 한국 사회는 아직 이념 대립, 계층 갈등으로 삼분 오열 반목하고 있어 융화의 용광로, 혹은 화합의 샐러드의 경지에 들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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