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신용등급이 현재 세계 30위권(S&P 기준)에 머물고 있으나, 경제성장률과 국가채무 등 객관적 실력을 놓고 보면 일본 영국 싱가포르 등을 제치고 10위권대 중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세계은행(WB)이 평가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미국 워싱턴시에서 주요 신용평가사 관계자들을 만날 때 이런 WB의 평가를 적극 활용해 과거보다 강화된 한국 경제의 대외지급능력과 위기관리 능력을 홍보했다.
1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WB는 이날 내놓은 '경제위기 이후 국가신용등급(Sovereign Ratings in the Post-Crisis World)'보고서에서 국제통화기금(IMF)에 축적된 거시 지표로 분석하면, 경제 여건에 걸맞은 한국의 신용등급은 S&P등급(A+ㆍ안정적)보다 6단계 높은 AA(긍정적)라고 평가했다. 이 보고서는 신용등급에 영향을 주는 주요 거시 경제변수를 토대로 세계 주요국의 객관적 신용등급과 S&P가 실제로 부여한 등급을 비교했다.
WB는 아베노믹스 추진과정에서 국내총생산(GDP)의 200%가 넘는 국가채무의 심각성이 드러난 일본에 대해서는 S&P등급(AA-ㆍ부정적)보다 12단계나 낮은 'BBB-(부정적)'로 평가했다. 또 S&P가 최상위 등급으로 자리 매김을 한 싱가포르(AAAㆍ안정적)와 영국(AAAㆍ부정적) 등에 대해서도 한국에게 부여한 것보다 1~4단계 낮은 'AA(안정적)'와 'AA-(안정적)'등급으로 평가했다. 또 한국보다 높은 등급을 누리던 벨기에와 룩셈부르크에 대해서도, WB는 낮은 점수를 줬다.
WB 평가대로 국가별 순위를 재조정할 경우, 당초 128개국 중 33위에 머물던 한국의 순위는 16위로 상승하게 된다. 독일 스웨덴 호주 등 서구의 최상위 선진국을 제외할 경우,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대외지급 능력을 보유한 나라라는 평가인 것이다.
WB 관계자는 "이번 평가에서 한국과 그리스 터키 등이 S&P 등급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다"며 "이는 신용평가사들이 '위기 경험국'에 대해서는 실제보다 낮은 등급을 부여한다는 낙인 효과가 실재 존재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 정부도 피치(AA-ㆍ안정적), 무디스(Aa3ㆍ안정적) 등 다른 신평사보다 유독 우리나라에 낮은 등급을 부여하는 S&P에 대해 한국 경제의 객관적 상황을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기재부 관계자는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지난 주 워싱턴에서 신용평가사 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개성공단 문제 해결과정 등 남북관계 주도권이 우리에게 넘어왔고, 중국의 대북 압박 강화 등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의 줄어든 추세를 소개했다"고 말했다.
워싱턴=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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