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공사가 재개된 지 16일로 보름째. 반대하는 주민들과 경찰의 대치 속에 공사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신고리 원전 3ㆍ4호기에 설치된 케이블들이 재시험 결과 '불합격'결과를 받음에 따라 갈등은 더욱 증폭되고 그만큼 밀양사태는 점점 더 꼬이게 됐다.
사실 밀양 송전탑 공사강행 논란은 신고리 3호기 가동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지난 2일 한국전력은 126일 만에 송전탑 공사를 재개하면서 "내년 여름 전력난을 피하려면 더 이상 공사를 늦출 수 없다"고 밝혔다. 올해와 같은 전력대란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내년 8월에는 신고리3호기가 가동되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밀양을 관통하는 신고리~북경남변전소(경남 창녕군 소재)를 잇는 송전선로공사가 끝나야 한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신고리 3호기의 일정 내 가동은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신고리 3ㆍ4호기에 설치된 케이블들이 '불합격' 결과를 받음에 따라 당초 내년 8월로 잡혀 있던 신고리 3호기의 상업운전 시점도 무기한 연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송전탑 조기완공의 전제조건이었던 신고리 3호기의 가동이 미뤄짐에 따라, 결국 공사강행 명분도 잃게 된 것이다.
이날 불합격 소식을 접한 주민들은 즉각 공사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밀양 송전탑 반대대책위는 성명을 내고 "재시험 실패 결과를 모르지 않았으면서도 공사를 강행해 밀양 주민들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생업의 피해를 끼친 정부와 한전, 경찰당국에게 준엄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이제부터 공사가 중단될 때까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단체인 에너지정의행동도 "지금 시급한 것은 건설공사 강행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을 통한 밀양 문제 해결"이라고 촉구했다.
어느 정도 예견은 했지만 실제 불합격판정과 이로 인해 신고리 3호기 가동연기 상황에 직면하게 되자, 정부와 한전 측은 곤혹스런 처지가 됐다. 하지만 불합격 판정이 송전탑 건설의 필요성 자체를 소멸시키는 것은 아닌 만큼 공사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긴급브리핑을 통해 "신고리 3호기의 준공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나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건설은 차질 없이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반대시위가 더 확산될 가능성이 커 공사의 순항은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최대 관심은 역시 신고리 3호기의 준공 시점이다.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며 확답을 피하고 있지만, 아무리 빨라도 2015년 이후에야 가능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교체해야 할 케이블이 무려 890㎞에 달한다. 구매업체를 선정하고 기기검증을 거쳐 설치하는 데에만 2년 정도는 걸린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765㎸ 고압 송전선의 유해성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는 것도 밀양사태를 더 꼬이게 만들고 있다. 신가평~신안성 등 765㎸ 송전선로가 이미 놓인 지역 주민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로 인근 지역에서 암환자가 속출하고 짐승이 유산하며 농작물 수확에 지장이 있다는 증언은 어디든 한결같다"고 주장했고, 민주당 장하나 의원도 국립환경과학원 용역보고서를 인용해 "송전탑으로 인해 10년간 최대 38명의 소아백혈병 환자가 발생하고 사망자도 최대 13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서도 한전 측은 세계보건기구(WHO) 자료등을 제시하며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있어 공방은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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