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술교육대(한기대)가 임용절차를 무시한 채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 장관을 석좌교수로 임용하고, 정해진 수업을 진행하지 않는데도 이를 묵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수미 민주당 의원실이 16일 공개한 한기대 자료에 따르면 한기대는 '해당 부서(장) 추천→교무처장 제청→교원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치도록 한 교원 임용절차를 어기고 이 전 장관에 대해 추천서도 없이 교원인사위를 열어 임용했다. 통상 여름ㆍ겨울방학기간에 교원 채용을 완료하는 관행과 달리 지난 3월 11일 고용부를 퇴임한 이 전 장관을 4월 1일 임용한 것도 이례적이었다.
한기대는 고용부가 전액 출자해 설립한 대학으로 역대 총장 6명 중 4명이 고용부 고위관료 출신일 정도로 '고용부 낙하산 집합소'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현 이기권 총장 역시 지난해 8월 총장 취임 직전까지 고용부 차관을 지냈으며, 이 전 장관과는 행시 25회 동기로 함께 장ㆍ차관으로 일했다. 특히 이 전 장관은 2011년 20년 한기대 역사 최초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아 '퇴임 후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이 전 장관은 정해진 강의 시수도 채우지 않았다. 한기대 '석좌교수 운영현황'에 따르면 이번 학기에 대학원과 학부 강의를 주당 3시간씩 총 6시간 진행하는 것으로 돼 있고 '교원 보수 기준'도 최소 주당 3시간은 강의를 하도록 돼 있지만 이 전 장관은 주당 1시간(직업능력개발정책의 이해)만 강의하고 있다. 이마저 외부 특강인사를 초청해서 진행하고 있어 한기대는 별도의 특강비까지 지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은 1학기에는 학기 중 임용됐다는 이유로 특강만 2번 진행했다. 즉 임용 후 7개월 동안 단 2번 강의를 진행하고 매월 350만원씩 급여를 받은 셈이다.
이 전 장관은 또 석좌교수로 임용된 후 한국장애인재단 이사장을 겸직하고 한국폴리텍대 등에서 외부 출강을 했지만 규정에 정해진 총장의 승인은 받지 않았다.
은수미 의원실은 "장관 재임시절 법과 원칙을 강조했던 이 전 장관이 법과 원칙을 무시한 임용에 동의해 교수직을 유지하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며 "한기대의 대부분 권한이 총장에 집중돼 있고 절차적 규정이 허술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인 만큼 한기대가 임용규정 등을 정비해 향후 이런 논란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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