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6시쯤 서울 양재동 A인테리어 업체 사무실. 검은 옷을 입은 한 남성이 탁자 위에 스마트폰을 꺼내놓고 "이 시계로 5분 안에 돈을 안 주면 죽여버리겠다"고 상대를 협박했다. 그러나 이 남성은 신고를 받고 4분 만에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5분 예고 살인극'의 발단은 이렇다. 가구 납품업자 우모(45)씨는 이날 낮 A업체 사장 박모(40)씨와 전화로 설전을 벌였다. 우씨는 가구 대금 1,650만원을 달라는 요구에 박씨가 "예상보다 비싸서 지금 당장 줄 수 없다"고 거부하자, 일시금 1,100만원만 달라고 마지막 제안을 했다. 하지만 박씨는 "250만원 더 깎자"며 전화를 끊었다.
화를 참지 못한 우씨는 박씨를 찾아가 흉기로 위협하면서 돈을 요구했다. 잠시 후 사무실 기둥 뒤에 숨어 있던 여직원 이씨(25)가 우씨에게 다가가 흉기를 맞잡았고, 실랑이 도중 이씨가 "손을 다쳤다"며 소리를 질렀다. 당황한 우씨에게서 흉기를 빼앗은 이씨는 사무실 옆 화장실로 달아나 문을 잠근 뒤 휴대폰으로 112에 신고했다.
이씨가 신고한 사실을 몰랐던 우씨는 '5분 예고 살인'을 선언했고, 우씨의 가방에 다른 흉기가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한 박씨는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퇴근 시간대임을 감안, 오토바이를 타고 현장으로 출동해 공포의 시간을 끊었다. 뒤따라 온 순찰차는 예상 도주로를 차단했다. 박씨는 "1분만 늦었다면 정말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모를 상황이었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경찰 관계자는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우씨가 다른 업체에서도 납품대금 수천만원을 받지 못하는 등 평소 거래처들에서 무시를 당한다고 여기고 있던 차에 박씨와 다툼이 벌어지자 화가 폭발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이런 사정을 감안해 우씨를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6일 밝혔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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