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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엄마' 모시고 오라는 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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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엄마' 모시고 오라는 국감

입력
2013.10.16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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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정.너.'란 신조어가 있다. '답은 정해져 있고 넌 대답만 하면 돼'란 뜻. 상대방 의견을 들으려 하지 않고, 오직 듣고 싶은 대답만을 상대방에게 강요할 때를 빗댄 말이다.

1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장. 출석증인들을 향한 의원들의 태도가 대체로 그렇지만, 결국 '총수소환'으로 까지 번진 허인철 이마트 대표에 대한 질의는 말 그대로 '답.정.너.'이었다.

동네 슈퍼마켓이지만 이마트에서 물품을 공급하는 이마트 에브리데이(이하 에브리데이)가 사실상 변종 기업형슈퍼마켓(SSM)이며, 골목상권을 교묘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의원들의 지적은 일리가 있었다. 또 이마트가 협력업체의 조리식품 제조기술을 빼앗아 같은 제품을 계열사인 신세계푸드에서 생산했다는 의혹도 국감에서 충분히 다뤄볼 만한 이슈였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허 대표는 기대했던 '답.정.너.'에서 빗나갔다. 골목상권 침해논란에 대해선 "이마트와 에브리데이는 서로 다른 법인이라 제가 답변할 일이 아니다"라며 답을 피했고, 협력업체 기술탈취 의혹과 관련해서는 "제조기술을 빼돌린 것이 아니라 성분과 함량을 알아낸 것일 뿐"이라고 부인했다. 어느 것도 의원들이 원하는 대답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의원들이 내린 결정은 신세계그룹 오너인 정용진 부회장의 증인채택. 허 대표가 계속 모른다고 하니까 화가 난 의원들은 "국회에 대한 모독이다. 그럼 정용진 부회장을 부르겠다"고 선언해버린 것이다.

허 대표의 발언태도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많다. 국민의 대표가 부른 자리인 만큼 '모른다' '아니다'라고 만 일관할 일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한 의원 보좌관은 "어쨌든 논란이 있는 사안들인 만큼 증인이 좀 더 고개를 숙이는 모습만 보였어도 이렇게 일이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해도 의원들이 '답.정.너.'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오너 소환'으로 응징하는 건 감정적 보복이다. 강창일 위원장 말대로 허 대표가 국회를 모독했다면, 증언감정법상 국회모독죄로 고발하면 된다. 그런 절차를 생략한 채, "너네 대장 오라고 해"라고 하는 건 속 좁다는 인상을 지울 길이 없다. 정 부회장이 증인으로 나온 들, "송구하다" "의원님들의 지적을 유념하겠다"는 것 외에 대체 무슨 말을 들을 수 있겠는가. 하기야 이게 '정해진 답'이긴 하지만 말이다.

국회의 증인채택에 '성역'은 있을 수 없다. 기업인들도 마찬가지다. 필요하다면 불러야 하고, 의혹에 대해선 추궁해야 한다. 하지만 적어도 이런 식은 아니라고 본다.

박주희 산업부 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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