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부세종청사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국정감사를 맞아 국회와 세종 청사를 연결하는 화상회의 시스템이 설치됐지만 사실상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국회 사무처는 지난 8월 말 입법부와 행정부간 원활한 업무 협조를 위해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실 위원장석 맞은편에 84인치 대형 모니터 2대와 양측면 60인치 모니터 2대를 설치, 세종청사 내 영상회의실과 연결해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화상회의시스템을 구축했다. 사무처는 당시 화상회의 시연회까지 개최하며 상임위 업무보고는 물론 국정감사에서 자료제시와 질의답변 상황까지 점검했다. 의원들이 국무위원에게 질의할 때 필요한 도표나 통계자료 등 문서를 모니터에 띄워 이를 보고 문답을 주고 받는 식이었다.
그러나 기재부 국감이 열린 16일 국회 기재위 회의실은 텅텅 비었다. 의원들 모두 기재부가 위치한 세종 청사로 내려갔기 때문이다. 기재위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기재위가 시범 케이스인 만큼 이번 국감부터 화상회의를 추진했지만 기술적 보완을 이유로 보류됐다"고 말했다. 특히 다수 의원들이 장ㆍ차관 등 피감기관을 향해 면 대 면이 아닌 스크린에 대고 질의를 했을 경우 국감의 '격'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세종시 행을 선호했다고 한다.
문제는 화상회의를 외면하고 달려간 세종시 국감 역시 날림으로 끝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의원들이 서울로 돌아오는 차편 시간을 고려해 오후 8시 전후로 회의를 급하게 종료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기재위의 경우 세종시에서 1박 2일 숙박을 해결하기 곤란하다는 이유로 17일 예정된 기재부 대상 국감은 국회로 돌아와 진행할 예정이다.
더욱이 기재위는 이번 국감뿐 아니라 정기국회 들어 열린 현안보고와 결산심사 등 간단한 질의응답이 필요한 경우에도 화상회의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았고 현오석 경제부총리 등을 비롯한 공무원들을 어김없이 국회로 불러 올렸다.
사정이 이런데도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기재위 시범 운영을 통해 효율성을 점검한 뒤 내년에는 전 상임위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활성화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예산낭비는 불을 보듯 뻔해 보인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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