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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직 지도자 후손들 한자리에 모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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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직 지도자 후손들 한자리에 모인 이유는?

입력
2013.10.16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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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아버지인 시중쉰(習仲勳) 전 부총리의 탄생 100주년 기념 좌담회에 마오쩌둥(毛澤東)과 류샤오치(劉少奇), 덩샤오핑(鄧小平), 후야오방(胡耀邦)의 자제들이 모두 참석했다. 정치적 노선이 판이한 이들 전직 지도자의 후손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이례적 일인데다, 시 주석의 지향점을 시사하고 있어 주목된다.

중국 CCTV는 15일 밤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시 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시 전 부총리 탄생 100주년 기념 좌담회가 열렸다고 전했다. CCTV 화면에 따르면 좌담회엔 시 주석의 어머니 치신(齊心)과 아내 펑리위안(彭麗媛)뿐 아니라 마오 전 주석의 딸인 리민(李敏), 류 전 주석의 아들인 류위안(劉源) 인민해방군 총후근부 정치위원, 덩샤오핑의 장남인 덩푸팡(鄧樸方) 중국장애인연합회 주석, 후 전 총서기의 아들인 후더핑(胡德平)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위원도 참석했다.

이들 4명의 전직 지도자는 시 전 부총리와 인연이 깊지만 정치 노선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먼저 마오쩌둥은 1962년 시 전 부총리에 대해 '소설을 활용해 지도부 전복을 도모한 반혁명분자'라고 비판했다. 이후 시 전 부총리는 사실상 14년 옥살이를 했다. 당시 시 전 부총리처럼 문화대혁명의 소용돌이 속에 실각한 이가 류 전 주석이다. 그럼에도 시 전 부총리의 좌담회에 마오쩌둥의 딸을 초청한 것은 신중국을 세운 마오쩌둥의 공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시중쉰은 국민당에 쫓긴 중국공산당이 옌안(延安)까지 몰려 가장 어려울 때 근거지를 제공해 큰 도움을 줬고, 이를 계기로 해 마오쩌둥의 눈에 띄고 출세했다. 공산당이 이후 베이징으로 진격, 신중국을 세웠다는 점에서 시중쉰은 개국공신이다.

반면 덩샤오핑은 마오쩌둥에 의해 숙청된 시 전 부총리가 다시 복권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후 시 전 부총리는 광둥(廣東)성 서기로 부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을 실천하는 데 앞장섰다. 덩샤오핑의 장남인 덩푸팡이 참석한 것은 시 주석이 덩샤오핑의 경제개혁 대외개방 계승자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후 전 총서기는 마오쩌둥과는 정반대쪽에 있는 이다. 후 전 총서기는 87년 민주화 시위에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는 이유로 밀려난 뒤 89년 사망, 톈안먼(天安門) 사건의 단초를 제공했다. 법치와 민주주의를 강조, 개혁파 태두로 불리는 그는 시중쉰과 각별했다. 후더핑 위원도 지난해 시 주석을 만나 강력한 정치 개혁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이 이처럼 노선도 다르고 권력 투쟁과정에서 큰 갈등을 빚었던 전직 지도자의 자제들을 한 자리에 모은 것은 대화합의 이미지와 함께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 그 만큼 넓다는 것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나아가 자신은 모든 전직 지도자의 계승자란 점을 천명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갈림길 사이에서 시 주석이 이끄는 중국이 겪게 될 정체성의 혼란은 그 만큼 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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