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성인 상대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의 신상정보를 소급해서 공개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신상정보 공개제도는 본래 아동 대상 성범죄자에 대해서만 실시된 제도였는데, 성인 상대 성범죄 경력을 가진 자가 아동을 강간하고 살해하는 사건이 드물지 않게 일어나면서 이들도 신상정보 공개대상에 포함되었다. 이번에 공개대상이 다시 성폭력특별법 시행 이전의 범죄자까지로 확대된 것은 김길태 때문이다. 그는 성인대상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제도가 시행되기 이전에 성인 여성을 성폭행한 전력을 가지고 있던 자인데, 이번에는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후 목을 졸라 살해했던 것이다.
사실 아동대상 성폭력 범죄를 저지르는 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성인대상 성범죄 전력을 가진 자들이다. 성인 여성을 대상으로 하건 아동을 대상으로 하건 성범죄는 모두 성범죄로서의 공통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바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가능한 많은 여성과 성관계를 가지려고 하는 남성의 유전적 성향이 제대로 억제되지 못 하는 경우에 발생되는 사건이라는 점이다.
이와 같은 공통점 때문에 성인대상 강간행위를 자행한 사람은 아동대상 성폭력 범죄 또한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성인대상 성범죄자들을 아동대상 성폭력 범죄 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이를 기초로 조치를 취하는 것 자체는 지극히 타당하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문제는 신상정보 공개제도가 실효성을 가지는가 하는 점이다.
아동대상 성범죄도 같은 성범죄의 일종이긴 하지만 성인대상 성폭력 범죄와 구별되는 중요한 특징이 한 가지 있다. 범인이 열등감에 빠져 있는 자들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대인관계에서 경험한 좌절감 때문에 성인 여성과의 정상적인 유대관계를 갖는데 어려움을 겪는 자들이다. 성적탄압이론에 의하면 강간이라는 행동양식은 여성을 폭력으로 지배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취해지는 것인데, 성인 여성을 상대로는 자신이 도저히 지배적인 위치에 오를 수 없다는 열등감에 휩싸일 때, 손쉬운 범행대상으로 아동을 택하게 되는 것이다. 아동대상 성범죄자는 그 열등감의 깊이에 따라 퇴행형, 고착형, 가학형의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그 정도야 어쨌건 열등감에 빠져 있는 잠재적 성범죄자는 항상 존재하는 법이고, 아동이 없는 세상 또한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아동대상 성범죄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잠재적 성범죄자가 사라지게 하든가, 아니면 아동이 더 이상 손쉬운 범행대상이 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첫 번째 작업은 너무 힘든 일이다. 모든 성범죄자를 빠짐없이 물리적으로 거세시키는 방법이 있지만 실천에 옮기기가 쉽지가 않아 보인다. 그래서 남은 방법은 아동이 손쉬운 범행대상이 되지 않도록 보호해 주는 것뿐이다.
아동을 보호하는 방법으로는 우선 잠재적 성범죄자가 아동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통제하는 제도가 있다. 전자장치 부착제도, 취업제한제도, 친권상실제도 그리고 신상정보 공개제도 등이 이에 속한다. 그런데 이 가운데 신상정보 공개제도는 가장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대책에 속한다. 성범죄자가 누구이고 어느 곳에 거주하는지를 알려주어 조심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이 제도의 취지이다. 그러나 과연 어떻게 조심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난감하게 할 뿐이다.
또 다른 방법은 아동이 언제나 보호상태 아래 머물 수 있도록 보호자가 항상 함께 있도록 강제하는 제도이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볼 때 이 제도의 도입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통계상 가장 많은 아동대상 성범죄가 저질러지는 시간대는 초등학생들이 귀가하는 오후 시간대이다. 수많은 초등학생들이 혼자 집으로 가다가 납치되어 변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을 경악하게 했던 조두순 사건의 피해 아동도 홀로 집에 가던 중 납치되어 봉변을 당한 경우에 해당된다. 공식 통계에 의하면 지금도 하루 평균 아동대상 성범죄는 2.7건씩 발생하고 있다. 보호자 없이는 아동이 홀로 귀가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제도가 하루 빨리 도입돼 실효적인 아동 성범죄 예방책으로 자리잡아야 할 것이다.
정혜욱 위덕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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