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3ㆍ4호기의 제어케이블 불합격판정으로 내년 여름 전력수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매년 여름과 겨울 '블랙아웃' 직전 상황까지 가는 고질적 전력난 해결을 위해선 두 발전기의 조기가동이 불가피하지만, 케이블 교체로 2015년 이후로 넘어갈 공산이 커짐에 따라 내년 여름은 물론 겨울까지도 잠재적 정전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초 신고리 3호기의 준공 시점은 내년 8월, 4호기는 한 달 후인 9월로 예상돼 왔다. 설비용량이 각각 140만㎾에 달하는 두 원전은 사실 전력당국에겐 블랙아웃 공포를 벗어나게 해줄 '구세주'였다. 2기가 가동을 시작하면, 여름ㆍ겨울철 전력난 때 확실히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게 정부와 한국전력의 기대였다. 특히 신고리 3호기의 경우, 여름철 최악의 전력난 시점인 8월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최소 6개월 이상, 통상적으로는 1~2년 걸린다고 하는 제어케이블 교체가 결정되면서 이 모든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올해 초 발표한 제6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내년 여름철 설비용량은 8,699만㎾, 최대 전력수요는 8,032만㎾(예비력 667만㎾)로 예상되고 있다. 그런데 이는 신고리 3호기의 계통병입을 가정한 것이고, 여기서 140만㎾를 빼면 예비력은 527만㎾로 뚝 떨어진다.
특히 올해처럼 발전소 고장이 잇따르게 된다면 예비력은 걷잡을 수 없이 떨어질 수도 있고, 전력난이 일상화할 가능성도 크다. 김준동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이 "내년 여름도 전력수급이 녹록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내년 겨울의 경우, 화력발전소 5기(총 설비용량 274만㎾)가 준공될 예정이어서 상황은 다소 낫지만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완공이 미뤄진다거나 계획예방정비 기간이 늘어난다든가 하는 변수가 있는 상황에서, 신고리 3ㆍ4호기의 280만㎾가 빠져버리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전력당국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선 신고리 3ㆍ4호기를 빼고 전력수급 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고 말했다. 삼복더위에 국민들의 비지땀으로 전력 보릿고개를 넘겼던 올해의 악몽이 내년에도 재연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정우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