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언어사용으로 인해 우리의 아름다운 말이 수난이다. 국적조차 애매하고 어법에도 전혀 맞지 않는 해괴한 존칭어가 남발되고 있어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악영향이 작지 않다. 좋지 못한 언어습관을 답습할 가능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
요즘 방송에서 뿐만 아니라 어디서나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 있다. 존칭을 표현하기 위해 사람을 나타내는 대부분의 명사 뒤에 '분'이라는 존칭어를 붙여 사용하는 것이 다반사다. 남편분, 부인분, 남자분, 여자분, 친구분, 팬분, 스타분 등 이루 헤아리기가 힘들 정도다.
정확한 존칭을 표현하기 위해선 사람을 지칭하는 명사 뒤에 사람을 높여서 이르는 말인 의존명사 '분'을 붙일 것이 아니라 존칭을 나타내는 조사 '~께서' 등을 붙여야 옳다. 이중에서 특히 '스타분'은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를 뜻하는 외래어 '스타'(star)란 말에 상대방을 높여서 이르는 말인 의존명사 '분'을 붙인 말로 국적불명의 말이다. 어법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스타'란 말 자체가 그 사람의 높은 인기에 긍정적인 의미로 쓰여 미화하거나 칭송을 의미한다. 이는 이중의 높임말이 되는 아주 해괴한 경우다. 남의 아내를 높여서 부르는 부인에 '분'을 붙이는 경우도 역시 다르지 않다고 본다.
서비스업종에서도 직원들이 고객을 친절하게 대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사람이 아닌 상품에 존대를 하는 "이 옷의 가격은 만원이세요", "이번 상품 디자인 너무 예쁘시죠?" 처럼 어법에 맞지 않는 과잉 높임말을 아무런 생각 없이 쓰고 있다.
우리들의 실상은 또 어떤가. 거의 막말 수준의 언어폭력이 습관화, 일상화 되어있다. 욕설, 비속어, 반말, 은어 등을 일상사에서 거침없이 쓰고 있는 현실에서 이처럼 어법에도 맞지 않는 존칭어의 남발은 매우 아이러니하다.
우리가 언제부터 상대방에게 예의를 갖추고 존대하기 위해 이렇게 '부단한' 노력을 했단 말인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청소년들이 웹상에서 어른들은 알아듣지도 못하는 인터넷 언어를 아무런 거리낌없이 서로 주고 받는 현실 역시 아름다운 우리말의 수난현장이 되고 있다.
TV진행자들이 잘못된 발음이나 어법을 구사하는 사례가 적지 않게 지적되는 것은 유감이다. 올바른 언어문화를 이끌어야 하는 방송이 오히려 언어를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방송언어는 우리의 언어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들의 오용실태에 대한 점검과 이에 대한 제도적 장치마련이 시급하다.
이처럼 잘못된 언어사용으로 인해 도처에서 아름다운 우리의 말이 신음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언어의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사회의 의사전달체계 자체를 훼손하고 왜곡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되므로 이를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언어순화를 위한 총체적인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언어는 의사소통을 위한 가장 확실한 도구다. 상대방과의 올바른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올바른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언어는 살아있는 생물체와 같아서 잘 가꾸고 돌보지 않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퇴보하고 오염되게 마련이다.
한글날이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성왕 세종이 백성에 대한 애민(愛民)의 마음으로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아름다운 한글을 창제했고, 우리 모두는 그 은덕을 지금까지 누리고 있다. 창제의 숭고한 뜻을 받들어 자랑스러운 한글이 퇴색되지 않도록 오남용을 줄여나가는 노력이야말로 우리의 의무이며 절체절명의 과제인 것이다.
전국민의 올바른 언어 사용을 위해선 사회 모든 구성원이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임이라는 전제하에 가정과 학교, 사회가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협력해 언어순화 운동을 펼쳐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김유나 고려대 국제학부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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