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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몇 시에 잤나" 엉뚱한 질문… 피감 기관은 "한나절만 버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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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몇 시에 잤나" 엉뚱한 질문… 피감 기관은 "한나절만 버티자"

입력
2013.10.16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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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부터 시작된 박근혜정부 첫 국정감사가 초반 일정을 소화하고 있지만 여러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여야 모두 민생과 부조리한 제도와 정책 혁파, 대안제시를 외치고 있지만 정쟁과 당리당략이 더 앞서는 모양새다. 더욱이 증인을 윽박하는 의원이나 면피에 급급한 피감기관의 볼썽사나운 자세 등 구태가 여전했다.

민생과 사실확인은 뒷전 정쟁과 진영논리 앞서

15일 오후 국방위원회 국감장. 새누리당 의원들은 사이버사령부의 총선ㆍ대선 관련 댓글 작업 의혹 확인에는 눈을 감은 채 옥도경 사이버사령관을 엄호하느라 정신이 없다. 송영근 의원은 "장군(옥 사령관)을 죄인인양, 아랫사람인양 몰아 때리는 관행은 지양해야 한다"고 본질과 다른 발언을 늘어놓는가 하면, "국감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늦게 퇴근했냐, 어제는 몇 시에 잤느냐"(한기호 의원)며 엉뚱한 질문으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유승민 국방위원장은 "트위터나 블로그 표현을 사적 영역으로 볼지 아닌지 법적 판단은 과거의 예를 참고하라"며 옥 사령관에게 조언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14일 외교통일위원회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참고인으로 출석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를 박근혜 대통령과 어떻게든 엮어 보려는 자세를 취했다. 홍익표 의원은 "2011년 8월 헌법재판소에서 부작위 위헌이 나왔음에도 외교장관, 총리는 (피해자들과의)만남이 없었다"며 "박 대통령도 선거 땐 관심이 있었는데 간담회 한번 없었다"고 박 대통령을 겨냥했다. 정청래 의원도 교학사 교과서에 위안부 강제동원이 잘못 기술된 점을 지적하면서 "이거 잘못된 것이지요?""박근혜 대통령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을 해달라"등 유도질문에 몰두했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여야 위원들은 노트북에 '친일독재미화 교과서'(야) '좌편향 왜곡'(여) 등을 써 붙인 채 고성과 호통을 주고받은 볼썽사나운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불성실한 피감기감 면피에 급급

상당수 피감기관들이 '한나절만 버티면 된다'는 식의 불성실한 태도를 보여 눈총을 샀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창위) 야당의원들이 미래창조과학부에 통신비 원가자료 제출을 요구하자 최문기 장관은 "진행중인 소송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불가능하고 열람만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민주당 최재천 의원은 "눈팅만 하라는 거냐"며 혀를 찼다. 14일 복지위에선 보건복지부가 "대통령 기록물이 될 수 있다"는 석연찮은 이유로 야당 측이 요구한 기초연금안 회의록 원본 제출을 거부하자 여당 중진 정몽준 의원이 "그건 저도 이해가 안 가는데요. 원본을 주시지 왜"라며 나무랄 정도였다.

15일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선 민주당 우윤근 의원이 미국의 계열분리 명령제도 같은 것을 법제화할 필요성을 물은 데 대해 한정화 중소기업청장이 "검토해보겠습니다"란 답변을 반복하자 강창일 위원장이 "국회에서 검토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꼬집었다.

의원들, 무더기 증인 세워 놓고 자기 할 말만

국감의 비효율을 높이는 데는 의원들이 더했다. 특히 사상 최대 규모의 증인(200명)을 세우더니 한 두 마디 묻고 마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15일 정무위원회에선 불공정거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횡포 문제를 따지기 위해 기업인 19명을 불렀지만 상당수 증인들이 한 두 마디 대답을 하기 위해 몇 시간씩 자리를 지켜야 했다. "잠깐 한 말씀 좀 드리겠다"고 입을 열어도 "시간이 없으니 핵심만 답하라"는 말 자르기가 이어져 "꿔다 놓은 보릿자루"라는 자조가 증인석에서 나왔다. 미창위에선 이병기 전 방통위원, 채널A보도본부장의 경우 오후 2시부터 참석했지만 TV조선 보도본부장이 오지 않아 벌어진 파행으로 6시간 동안 대기만 하다 집으로 갔다.

엉뚱한 사람을 증인으로 채택한 사례도 있었다. 수입차 업계 담합의혹과 관련해 채택된 임준성 한성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저희 회사는 한성자동차와 관계 없다"고 답변하자 곧바로 질의가 중단됐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호통이 난무하는 현재의 국감은 의원들이 준비를 부실하게 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며 "의회의 행정부 감시란 기본에 충실한 자세에서 남은 국감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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