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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전범의 시신은 쓰레기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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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전범의 시신은 쓰레기장으로"

입력
2013.10.16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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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알바노시의 한 신학교(성당) 앞. 로마를 떠난 검은색 운구차량이 모습을 드러내자 500여명의 시민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차량 안의 시신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로마에서 수백명을 학살하고도 사과를 거부하다 15년의 가택연금 끝에 지난 11일 100세 나이로 숨진 나치 전범 에리히 프리프케(사진)였다. 장례식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장례행렬을 향해 '살인마 프리프케'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든 채 "시신을 쓰레기매립장으로 보내라"고 외치며 병과 쇠사슬을 던졌다.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해산을 시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나치 무장친위대(SS) 대위 출신으로, '아르데아티네 동굴의 백정'으로 불렸던 프리프케의 장례식이 시민들의 격렬한 항의 끝에 결국 무산됐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프리프케 장례식을 추진하던 세력은 1970년 교황청에 반발해 떨어져 나온 극우, 반 유대성향의 보수집단 '성피우스10세회'다. 이탈리아 당국도 16일로 나치가 로마 유대인 지역을 공격한 지 70주년이 되는 이 시기에 장례식을 둘러싼 대립이 사회적 긴장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염려에서 이번 장례식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왔다고 외신은 전했다.

프리프케는 1944년 3월 로마 외곽 아르데아티네 동굴에서 유대인과 어린이 등 335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규모 학살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차대전이 끝난 후 아르헨티나 남부의 관광명소 바릴로체로 도망쳐 40년 이상 호텔지배인으로 살다 1995년에야 이탈리아로 송환됐다. 이후 종신형을 선고 받은 그는 고령과 건강문제 때문에 수감 대신 자신 변호사의 로마 집에 연금돼 있었다. 프리프케는 생전 "상부의 명령을 따랐을 뿐이고 어차피 당시 세계 여러 곳에서 민간인이 숨졌다"며 끝내 사과를 거부해 공분을 샀다.

프리프케는 당초 아르헨티나에 있는 부인 묘 옆에 묻히길 원했지만 아르헨티나 정부는 "인류의 존엄에 대한 모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한 바 있다. 죽어서 장례식도 치를 수 없고 묻힐 곳도 없는 프리프케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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