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시험 감독관이 시험 도중 여성 응시자에게 한 성희롱 발언이 긴장을 풀어주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감독관에 대한 파면 처분을 취소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부장 이건배)는 채모(57)씨가 도로교통공단을 상대로 낸 파면처분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채씨는 지난해 9월 A씨의 운전면허시험 감독관으로 동승한 후 주차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며 A씨의 허벅지를 만졌다. 이어 채씨는 A씨와 뒷좌석에 있는 참관인에게 "합격하면 너희들이 소주 한잔 사라. 그러면 내가 2차를 사겠다"고 한 뒤 자신과 성관계를 할 수 있겠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채씨는 시험에 떨어진 A씨에게 연락하라며 전화번호를 건네기도 했다. 채씨는 이후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응시생 B씨에게도 직업을 묻고 명함을 달라고 하는가 하면 "시험 중 무릎에 손이 갈 수도 있다"고 말해 민원이 제기됐다.
공단은 지난해 11월 "공공기관 직원으로서 여성 고객에게 성추행 행위와 성희롱 발언으로 민원을 야기하는 등 제반 법령과 규정을 위반했다"며 채씨를 파면했고 채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채씨가 시험 감독자로서 응시자들의 긴장을 풀어줄 의도로 시험과 무관한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이는 측면도 있어 비위의 도가 중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파면 처분이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저지른 중앙부처 공무원은 대부분 감봉이나 견책, 정직 등의 징계를 받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파면은 지나치다"고 덧붙였다.
판결 내용이 알려져 비난이 빗발치자 법원은 "성희롱 발언 등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가 아니다"며 해명에 나섰다. 법원 관계자는 "채씨가 B씨에 대해서는 성추행이나 성희롱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파면까지 한 것은 지나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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