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 사태 여파로 동양의 우량 금융계열사마저 흔들리고 있다. 이미 불안에 떠는 고객들의 자금이 대규모로 빠져나가면서 영업기반이 무너지고, 자금난에 시달리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업계에서는 유동성 위기로 인한 경영 악화로 결국 합병이나 매각 등의 방식으로 해당 금융회사들이 청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동양의 금융계열사로는 동양증권, 동양자산운용, 동양파이낸셜대부 등이 있는데, 아직 법정관리를 신청한 곳은 없다.
가장 타격이 큰 곳은 동양증권.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동양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 지난달 말 이후 최근까지 동양증권의 금융투자상품에서 인출된 금액은 10조500억원에 달했다. 지난달 초 상품 잔고가 16조원이었던 감안하면 한달 새 60%나 빠져나간 것이다.
특히 비중이 높았던 종합자산관리계좌(CMA)의 고객 이탈이 심하다. CMA 시장점유율 20%로 업계 1위를 자랑했던 동양증권의 CMA 잔액 규모는 한달 전 약 8조원에서 최근 2조원대로 추락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단 고객 자산이 빠져나가면 영업력이 대폭 축소되고, 이어 실적이 나빠지는 악순환에 빠진다"며 "행여 헐값에 매물로 나와도 기존 투자자들의 소송이 잇따르고 배상책임도 떠안아야 하는 만큼 매각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돈이 안 들어오는데 무슨 수로 장사를 하겠나"라며 "자기자본이 있다고 하더라도 120여개 지점 인건비 등 유지 비용을 견디기도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설상가상 최근 헤드헌팅업체에 동양증권 직원들의 이직 문의가 늘어나는 등 인력 유출도 심각하다.
동양자산운용도 펀드에서 한달 새 1조원이 넘는 자금이 빠져 나가면서 피해를 입고 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펀드자금은 수탁은행에 맡기기 때문에 안전하지만, 회사가 어려워지면 펀드매니저들의 펀드 관리에도 악영향을 미쳐 수익률이 저조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가뜩이나 불안한 고객들이 동양이 운용하는 펀드에서 발을 빼고 있다는 얘기다.
이밖에 이미 법정관리를 신청한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 등 부실 계열사에 1조5,000억원을 대출해준 동양파이낸셜대부도 자금난에 시달려 결국 청산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2011년 3월 보고펀드에 매각된 동양생명은 이번 동양 사태 여파로 보험 해지 요청이 쇄도해 해지환급금이 360억여원으로 급증했다가 최근 진정세로 돌아섰다. 동양그룹은 동양생명을 되살 생각으로 매각 당시 3년 뒤 미리 정한 가격에 지분 30%의 주식을 되살 수 있는 주식매수권(콜옵션) 계약을 했지만, 이번 사태로 사실상 계약은 물 건너 갔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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