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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10월 17일] 사내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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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10월 17일] 사내의 정체

입력
2013.10.16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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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선배와 며칠 전 술을 마시고 있는데, 행색이 누추하고 초라한 한 사내가 우리 자리에 와서는 떡을 포장한 작은 상자를 내밀면서 하나만 사달라고 했다. 사실은 그 사내를 1차 술자리에서 보고 외면한 적이 있었는데, 차수를 옮긴 술집에서마저 마주치니 피할 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사내가 내미는 떡을 샀다. 그 사내가 물러간 이후 그의 뒷모습을 눈으로 좇으며 나는 이런 아스라한 상상에 잠겼다. "거리의 걸인이나 노숙자, 그리고 술집 주인에게 눈총을 받으면서 술집을 전전하며 물건을 파는 이들은 사실은 하찮은 존재들이 아니다. 그들은 천재적인 재능이나 고귀한 신분을 가진 특별한 존재들인데, 자신의 재능이나 신분에 맞는 부귀나 영화를 누리며 사는 게 어딘지 권태롭고 허무하게 느껴져서, 자신의 재능을 감추기 위해 저렇게 사는 것이다. 우리는 그에게 속고 있는 것이다. 뛰어난 재능이나 남다른 권세가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다른 사람의 등을 찌르는 칼이 될 수도 있는 시대에 자신이 태어난 것이 그는 못내 거북스럽다. 그는 다른 사람보다 훨씬 잘 산다는 것이 그것만으로도 부끄러운 일일 수 있음을 아는 사람이다. 그가 껌이나 떡을 팔기 위해 굽실거릴 때, 사람들의 모욕을 받아 낼 때, 그는 자신의 삶을 치른 덕분에 진실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간 것을 진정한 기쁨으로 아는 자이다."

소설가 김도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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