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전환기에 서 있는데 경제부총리는 앙시앵레짐(구체제)에 젖어있다."
16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친박(親朴) 핵심인 서병수 의원은 작심한 듯 현오석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비판했다. 이날 국회 기재위 소속 여당 의원들의 칼날은 유독 현 부총리를 겨냥하는 모양새였다.
새누리당 사무총장을 맡았던 서 의원은 "실질적 컨트롤 타워가 돼야 할 경제부총리가 기대만큼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질의시간 대부분을 현 부총리 비판에 썼다. 그는 근로시간 단축 문제를 언급하며 "대한민국 사회전반을 지배해 왔던 패러다임이 바뀌는 중대한 문제를 고용노동부에만 맡긴다면 부총리 제도를 설치할 이유가 없다"며 "부총리 자신부터 관행과 타성에 젖은 공직사회의 구체제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 부총리에 대한 여당 의원들의 불만은 박 대통령이 7월 '신임'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잦아드는 듯했다. 하지만 8월 세제개편안 수정 논란 이후 '현 부총리 퇴진' 목소리가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하더니, 국감을 계기로 불만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간사를 맡았던 류성걸 의원은 "부총리나 경제팀 전체의 존재감이 미미하다는 지적이 지속되고 있다"며 "부총리는 '천수답' 경제비전을 극복하고 보다 명확한 위상과 역할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호 의원은 "경제의 핵심 화두는 '보이는 손'(정부)과 '보이지 않는 손'(시장)인데, 부총리는 어느 쪽에서도 모습이 안 보인다"며 "유감이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경제교사'로 알려진 이한구 의원도 "정부가 옛날처럼 정책 발표만 하고 실천은 안 하면서 스스로 신뢰 없는 집단이 돼 가고 있다"며 "대충대충 타협해서 넘어가면 무슨 재간으로 복지재원을 마련하겠냐"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이대로 가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사상 두 번째로 세계 평균 성장률에 미달하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책임감이 매우 강해야 하는데, 지금 일하는 걸 보면 해이하기 짝이 없다"며 현 부총리 '두드리기'에 가세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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