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후 포항 앞바다에서 발생한 8,000톤급 파나마국적 화물선 침몰 사고로 실종된 선원 19명(중국인 18명, 베트남인 1명) 가운데 8명이 구조됐으나 11명은 숨지거나 실종됐다.
포항해양경찰서는 16일 새벽부터 구조작업을 재개한 결과 돛대에 매달려 대피한 선원 7명과 구명조끼를 입고 표류하던 선원 등 8명을 구조하고, 9명의 시신을 인양했다고 밝혔다. 선장과 선원 1명 등 2명은 실종상태다.
사고는 15일 오후 3시40분쯤 포항 영일만항 북방파제 3㎞ 해상에서 정박하던 화물선이 뱃머리 쪽에 내린 2개의 닻이 강풍으로 미끄러지며 일어났다. 수심 20여m의 모래와 자갈로 된 해저에 꽂힌 닻이 끌리자 선원들은 급하게 올리려 시도했지만 서로 꼬여 실패했다. 이어 강풍에 밀려간 선체는 방파제에 반복적으로 부딪쳤고, 2시간 만에 선미부터 가라앉기 시작했다.
해경은 이날 오후 3시40분쯤 "강풍에 닻이 끌려 간다"는 구조요청에 따라 경비정 2척을 출동시켰으나 초속 25m에 이르는 강풍과 최고 8m의 높은 파도로 손을 쓰지 못했다. 해가 떨어지자 항공기를 동원, 조명탄까지 쏘았지만 역부족이었다.
선원들의 생사를 가른 것은 돛대였다. 배가 가라앉는 상황에서 뱃머리 쪽으로 피한 선원 7명은 갑판 꼭대기의 돛대에 매달렸고, 대부분의 선체가 물에 잠긴 뒤에도 물 밖에 남아있던 돛대에 의지해 12시간 동안 버틴 끝에 해경 헬기에 의해 구조됐다. 구조된 선원들은 "선체가 너무 심하게 흔들려 갑판위로 올라왔으나 선수 쪽으로 미처 가지 못한 10여명이 파도에 휩쓸렸다"고 말했다.
파도에 휩쓸린 선원 가운데 1명은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에 떠있다 구조됐지만 나머지 9명은 숨지거나 실종됐다.
침몰한 선박은 선미가 45도 각도로 물에 잠겼으며, 벙커C유 106톤과 경유 26톤이 실려 있었다. 선체 주변에 기름이 관측되고 있지만 높은 파도로 정확한 누출 상황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포항=이정훈기자 jhlee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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