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선수 개인에 대한 평가를 좀처럼 하지 않는다. 그런 홍 감독이지만 김진수(21ㆍ니가타 알비렉스)에 대해 이례적으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15일 천안에서 열린 말리전(3-1 승)이 끝난 뒤 "김진수는 어린 나이지만 자기 역할 이상을 했다"며 "내년 6월 열리는 월드컵까지 발전 가능성이 굉장히 높은 선수"라고 극찬했다.
김진수는 지난 7월 홍명보호 1기에 이름을 올리며 '포스트 이영표'에 대한 가능성을 높였다. 김진수는 호주와의 경기(0-0 무)에서 정확한 왼발 크로스와 함께 '인간 투석기' 로리 델랍(반즐리)을 연상시킬 정도로 롱 스로인을 선보이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유럽파가 포함된 이후 김진수의 이름을 대표팀에서 찾아볼 순 없었다. 독일과 잉글랜드에서 뛰고 있는 박주호(마인츠05), 윤석영(퀸즈파크레인저스)에 비해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이 대부분의 의견이었다.
절치부심한 김진수는 소속팀 니가타에서 꾸준히 출전하며 기회를 엿보았고 이번 브라질, 말리 2연전을 앞두고 다시 부름을 받았다. 김진수는 경험 부족이라는 약점을 극복해내고 브라질전에 선발 출전해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냈다. 엄청난 파워를 자랑하는 헐크(제니트)를 상대로 영리한 플레이로 큰 위기 없이 자리를 지켜냈다.
말리전에서는 더욱 공격적인 모습이었다. 수 차례 오버래핑을 통한 정확한 크로스로 상대 수비를 혼란에 빠뜨렸다. 0-1로 뒤지던 전반 빠른 크로스에 당황한 상대 수비가 이를 걷어내려 하다 팔에 맞고 페널티킥을 얻어내기도 했다.
사실 김진수는 연령별 청소년 국가대표를 거친 차세대 수비수다. 2009년 나이지리아 17세 이하(U-17) 월드컵, 2011년 콜롬비아 U-20 월드컵에 출전하며 국제대회 경험을 쌓았다. 지난해에는 일본 J리그 니가타로 이적해 곧바로 주전을 꿰찼다.
김진수는 홍 감독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가장 치열한 포지션으로 꼽혔던 왼쪽 측면 수비수 자리에서 윤석영, 박주호에 비해 한걸음 앞서 나갔다. "언젠가 이영표 선배를 넘고 싶다"고 수줍게 말했던 젊은 수비수의 브라질 월드컵 출전을 향한 꿈이 조금씩 영글어 가고 있다.
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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