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유출 여파가 경북 포항의 명물 과메기로 불똥이 튀고 있다. 수산물 방사능 오염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주로 북태평양산 꽁치로 만드는 과메기 판매도 예년 같지 않을 것으로 보여 포항지역 과메기생산 업체들은 이번 겨울 생산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포항시 등에 따르면 포항 구룡포를 중심으로 500여 업체가 매년 물량규모로는 4,000~6,000톤, 금액으로는 500억~600여억원어치의 과메기를 생산해 전국에 판매하고 있다. 과메기는 찬바람이 부는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주로 생산하며, 원료인 꽁치는 연근해산이 적어 대부분 북태평양산 냉동꽁치를 사용한다.
이 때문에 예년 같으면 벌써 과메기 생산용 꽁치 확보에 나서야 했을 때이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이 주저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과메기를 생산해 온 김모(57)씨는 “지난해 원양산 꽁치 1만상자(1상자 65마리)를 매입했는데, 올해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방사능에 오염되지 않아도 무조건 수산물을 기피하고 있어 예년처럼 하다간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 죽도시장상인 등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이번 겨울 과메기 판매물량을 대폭 줄이거나 아예 포기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해마다 죽도시장에서 수천 두름(1두름 20마리)의 과메기를 팔아온 한 상인은 “아무래도 절반도 팔리지 않을 것 같다”며 “아무리 일본산과 무관하다고 해도 믿지 않으니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다”고 탄식했다.
이에 대해 김점돌 포항 구룡포과메기사업협동조합장은 “동해안에서 생산하는 과메기의 90% 이상은 북태평양산인데, 일본해역과 1,000㎞ 이상 떨어진 데다 조류가 달라 방사능 오염과 전혀 무관하다”며 “꽁치의 방사성물질 오염 여부를 철저하게 검사하고, 포장지에도 원산지표기를 엄격히 하는 등 이번 겨울에도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정훈기자 jhlee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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