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정감사에서 "햇볕정책은 친북정책"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킨 유영익 국사편찬위원회(국편) 위원장이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 "조선왕조 왕족 출신이어서 최고의 독립운동 지도자가 될 수 있었다"고 평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 위원장은 이런 생각을 담은 잡지를 일부 국회의원들에게 발송하기도 했다.
15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박홍근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유 위원장은 지난 10일 친필 사인이 담긴 서한과 함께 "제가 3년 전 책임편집한 잡지"라며 를 동봉해 보냈다.
이 잡지에서 유 위원장은 이승만 전 대통령을 "대한제국 멸망 이후 광복까지 해외, 특히 구미지역에서 전개된 독립운동의 최고 지도자"로 추어올렸다. 그 첫번째 근거로 "여느 독립운동가보다 신분적으로 격이 높은 조선왕조 왕족 출신"이라고 주장했다. 이승만의 '혈통'까지 내세우며 그를 추앙한 것이다. 이외에도 유 위원장은 '발군의 총명함과 타고난 건강 체질' '동서학문에 두루 통달' '독립협회의 일원으로 과격한 정치운동을 펼치고 6년간 옥고를 치름' '미국의 3개 명문대학에서 공부해 한국인으로서 처음으로 국제법 및 외교학 분야 박사학위 취득'을 이유로 꼽았다.
박홍근 의원은 "독립운동가로서 이승만의 탁월한 자질로 왕족 출신임을 드는 봉건적 사고에 어이가 없다"며 "이런 책을 보란 듯이 국회의원들에게 돌린 것도 황당하다"고 말했다.
유 위원장이 과거 뉴라이트 대안교과서를 만든 '교과서포럼'의 창립기념 심포지엄에 참석했던 사실도 공개됐다. 유기홍 민주당 의원실이 입수한 2005년 3월호를 보면, 당시 심포지엄에서 유 위원장은 금성출판사의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를 언급하며 "이 교과서는 세상에 나오지 말았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유기홍 의원은 "학자로서 그런 견해나 행보는 존중할 수도 있으나 국편위원장으로서는 매우 부적절하다"며 "자칫 국사편찬위원회가 '국사편향위원회'로 전락할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전날 국정감사에서 유 위원장이 했던 "햇빛정책은 친북정책" 이라는 발언을 둘러싼 후폭풍도 거세다. 민주당ㆍ정의당 등 국회 교문위원들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왜곡된 역사관도 모자라 망언을 서슴지 않는 유 위원장은 사죄하고 즉각 사퇴하라"고 압박했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도 "망발과 자질부족 수준이 아니라 비정상적인 인물"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위원장 임명을 취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