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방편의 합의안 타결 임박, 여성의원들 막후교섭 큰 몫, 부결시 공화 큰 타격
미국 연방정부 예산 및 부채한도 증액에 관한 상원 여야 지도부의 합의안 타결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계 최대 경제국 미국이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국가예산안 협상을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 폐지와 연계해온 공화당 하원의 여전한 반발, 디폴트 개시 시점으로 알려진 17일까지 촉박한 일정 등으로 미국 및 글로벌 경제가 결국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하다.
해리 리드(민주)·미치 매코널(공화) 원내대표가 이끄는 상원 여야 지도부는 14일(현지시간) ▦국가 부채한도를 내년 2월 7일까지 일시 증액 ▦연방정부 폐쇄(셧다운)를 내년 1월 15일까지 해소할 임시예산안 마련 ▦올해 12월13일까지 장기 예산안 협상 타결에 의견 접근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2주 넘게 진행 중인 셧다운 사태와 임박한 디폴트 위험을 해소할 단기 방편부터 마련하자는 것이다. 여야의 첨예한 대립점인 오바마케어와 관련, 오바마케어의 핵심 재원으로 공화당이 징수 1년 연기를 요구해온 의료장비세 관련 조항은 협상안에서 빠지고 대신 고용주가 지불하는 재보험세 징수 1년 유예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하원 중진 20명의 협상 결렬을 계기로 시작된 상원의 여야 협상 과정에서 여성의원들이 막후 교섭자로 큰 몫을 해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공화당의 수전 콜린스, 리사 머코프스키, 켈리 에이요트 의원은 이번 잠정합의안의 뼈대가 되는 협상안을 마련해 양당 중도파 의원들을 적극 설득했고 민주당에서는 바버라 미컬스키, 패티 머레이 의원이 중요한 타협점들을 제공했다. 머코프스키 의원은 “지역구(알래스카)에서 인기가 떨어지겠지만 상관하지 않는다”라며 “유권자 반발은 워싱턴(정계)의 일이지만, 정부 폐쇄는 온 국민에게 고통을 끼치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NYT는 “이번 상원 협상에서 중재역을 맡은 초당파 의원 그룹 13명 중 절반에 가까운 5명이 여성의원”이라며 남성 중심 의회에서 이들의 역할에 주목했다.
상원 지도부가 15일 합의안을 도출할 경우 16일 상원 표결을 거쳐 하원으로 공이 넘어갈 전망이다. 17일은 잭 루 재무장관이 국채 발행 한도가 바닥나는 시점으로 지목한 날짜다. 이날까지 디폴트 해법이 마련되지 않으면, 미국이 당장 디폴트를 맞을지 여부와 무관하게 세계경제가 패닉에 빠질 우려가 크다. 하원이 상원안 표결을 두고 시간을 끌거나 부결시킬 경우 하원 다수당 공화당이 엄청난 정치적 상처를 입을 것으로 예측되는 이유다. 이 때문에 공화당 소속인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티파티 등 보수파 의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상원안을 표결에 부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러나 공화당 하원의원 사이에서 “상원이 투항했다”(팀 휄스캠프)는 비난이 나오는 등 법안 처리 과정에서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15일 공화당 하원 지도부는 임시예산ㆍ부채한도 관련 조항은 상원안을 따르되 의료장비세 징수 2년 유예, 건강보험료 보조 대상자 소득 확인 강화, 보험료 보조 대상에서 대통령ㆍ부통령ㆍ장관ㆍ의원 제외 등 오바마케어 축소 조항이 다수 포함된 별도안을 마련, 의원 총회에 부쳤다가 철회하기도 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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