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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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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입력
2013.10.15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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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체제 개편을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내달 정부 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산업용 전기 요금 현실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는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발언에 철강업을 비롯한 경제계는 기업 경쟁력에 큰 부담이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발전단가가 가장 싼 원자력 비중을 축소키로 한 데 대한 경제계의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산업용 전기요금은 2000년부터 78.2%나 인상됐다"며 "산업용 요금 인상은 전력 수요 감축이 아니라 고스란히 원가 상승과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산업용 전기요금 할인은 전력산업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 전반에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며 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럽국가들에 비해 국내기업들이 연평균 27조원 수준의 전기요금 할인을 받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홍준희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는 "전기다소비 산업을 위해 전기요금을 낮게 할인해주면서 고효율 에너지 기술을 가진 다른 기업을 어렵게 하고 있다"며 "수출경쟁력은 전기요금이 아니라 기술과 경영 혁신에 있다"고 주장했다.

●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탄소문화원 원장"인상 땐 원가 상승·경쟁력 하락… 기업의 활발한 생산활동 위축될 것"2000년 이후 78.2%나 올라 부담심야요금제도 인건비 등 추가비용 늘어에너지 세제 획기적 개편이 선행돼야

정부가 또 전기요금을 인상할 모양이다. 2011년 이후 벌써 다섯 번째다. 전기요금 인상은 더 이상 없다고 낮은 자세를 취하던 산업부가 이제는 완전히 다른 전략을 쓰기 시작했다. 정치권을 동원해서 주택용 누진제 완화 계획을 미리 흘려놓은 덕분에 산업용 전기요금의 인상에 대한 여론 조성에 성공했다. '연료비 연동제'라는 고약한 제도도 슬쩍 끼워 넣었다. 이제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전기요금을 인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산업용 전기에 대한 황당한 괴담이 넘쳐난다. 산업용 전력 수요가 너무 많은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기업의 활발한 생산 활동을 탓할 수는 없다. 산업용이 지나치게 싸다는 지적도 사실과 다르다. 지난 2년동안 주택용 소비자가 최악의 누진제로 전기요금 폭탄에 시달렸지만 산업용 전기요금도 무려 25%나 올랐다. 2000년부터 따지면 78.2%나 인상됐다. 물론 산업체에 특혜를 줬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산업용 전기의 원가 회수율이 주택용을 넘어섰다는 주장도 있다.

기업이 전력난을 틈타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주장도 악의적 괴담이다. 부하조정 보상은 기업의 수익이 아니라 강제적 조업 감축으로 감수하게 된 엄청난 생산 차질에 대한 부분적인 보상일 뿐이다. 피크타임 전력수요의 분산을 위한 심야요금도 기업에게는 마냥 반가운 것이 아니다. 인건비 등의 추가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원가이하'의 전기요금으로 민간 발전사가 엄청난 이익을 챙겼다는 언론의 지적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

전기요금 인상이 언제나 피크타임 전력 수요 감축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9·15 전력대란 이후 주택용에 요금 폭탄을 쏟아 붓고, 산업용도 큰 폭으로 올렸지만 피크타임 수요는 원전 4기에 해당하는 400만kW 이상 늘어났다. 한 해 4,000억원이 넘는 전력기반기금을 마구 풀어 조업을 중단시켰지만 지난 1월 3일의 전력 수요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소비자 가격의 거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과도하고 불합리한 유류세 폭탄 때문에 생기는 안타까운 일이다. 전기요금까지 올라버리면 저소득층과 농민은 맨몸으로 추위를 이겨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기업은 사정이 다르다. 전기요금이 오른다고 무작정 조업을 중단할 수는 없다. 결국 산업용 요금 인상은 전력 수요 감축이 아니라 고스란히 원가 상승과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지게 된다.

우리와는 환경이 전혀 다른 호주의 경험을 근거로 전기요금의 대폭 인상을 주장하는 일부 전문가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궤변이다. 산업용 전기요금을 연 10%씩 올리자는 주장은 모든 산업을 고사(枯死)시켜버리자는 비현실적이고 무책임한 주장이다. 산업용 전기를 주택용보다 더 비싸게 공급하는 국가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산업용과 주택용의 '원가' 논란은 '연(蓮)상품'의 특성을 무시한 것이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을 10배나 확대하자는 주장도 유류세의 실패를 무시한 '증세'를 위한 꼼수일 뿐이다. 정책 실패의 책임을 면하기 위해 반(反)기업 정서를 부추기는 일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

전기요금 현실화는 꼭 필요하다. 그러나 보조금과 세제 혜택으로 누더기가 돼버린 에너지 세제의 획기적인 개편을 통해 소비자와 기업에게 출구를 만들어주는 일이 선행돼야만 한다. 전기 대신 기름을 쓸 수 있도록 해줘야 한? 등유와 LNG의 세금 인하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의 세수와 한전의 수익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소비자와 기업의 어려움도 고려해줘야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을 자랑하면서도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제값도 받지 못하고 수출하는 휘발유와 경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온실가스 배출을 걱정할 이유는 없다. 어차피 전력 생산의 60% 이상이 석탄을 비롯한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 화력 발전의 효율은 30%에도 미치지 못한다. 에너지 소비의 절약과 효율화를 위한 에너지 정책을 마련하고, 무너진 전력 산업도 되살려야 한다. LNG와 신재생 전력 생산만을 강조하는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그런 절박감을 찾아볼 수 없다.

● 홍준희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전기료 싸다고 설비도 전기로만… 신재생 에너지 발전기회 놓쳐"경쟁력은 전기료 아닌 혁신에 달렸는데너무 싸게 공급해 의존도만 심화산업용 전력 수요 급증 부작용 초래

최근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리자는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나 산업계에서는 우리의 산업용 전기요금이 낮다는 주장은 오해라면서, 전기요금을 인상하면 수출경쟁력이 약화되어 기업 활동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지난 10년 동안 대한민국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기에 대해선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울 만큼 싼값을 유지해왔다. 산업용 전기요금 수준을 이야기할 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즉 선진국과 비교해 절반 수준이라고 하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와 비교해서 중국이 42%, 인도네시아는 55%, 말레이시아 36%, 필리핀은 무려 131% 높다.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요금은 석유나 가스로 열을 내는 것 보다 전기로 하는 것이 대략 40% 싸다. 이것은 정상이 아니다. 쌀 보다 밥이 싼 셈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OECD 유럽국가들과 비교해서 연평균 27조원 수준의 전기요금 할인을 받고 있다. 중국에 비해서도 전기료 할인은 연간 11조원에 이른다. 이 돈을 정상적으로 받으면, 정부재정이다. 복지재원 문제, 정부예산 부족한 것, 다 해결할 수 있는 규모다.

전기요금을 인상하면 산업이 해외로 빠져나갈 거라지만, 자유민주주의 국가들 중 우리 보다 낮은 전기요금을 가진 나라를 찾기가 쉽지 않다. 거의 유일한 나라가 캐나다인데, 수력자원이 풍부해 전기를 수출하는 나라다.

상품의 값이 싸면 수요가 는다. 그런데 너무 싸면 오·남용과 무임승차 문제가 생긴다. 당연히 반값 전기요금은 엄청난 전력 수요 급증을 불러왔다. 다른 나라 기업들이 석탄이나 석유를 사용하는 설비에 투자할 때, 우리 기업들은 전기를 사용하는 설비를 쓴다. 가열공정에서도 석유와 가스 대신 전기를 사용한다. 제철소의 쇳물도 전기로 녹이고, 바닷물에서 소금도 전기로 만든다. 하지만 전기를 필요로 하는 그 누구도 전기를 직접 생산하진 않는다. 우리 기업들은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사업에만 집중한다. 그 결과 같은 물건을 만들 때, 전기를 OECD의 두 배, 일본의 세 배를 쓰게 되었다. 아마 중국보다도 많이 쓸 것이다.

이것은 스테로이드에 중독된 상태와 같다. 잘못된 전기요금 정책으로 우리 기업들을 중병에 걸렸는데, 이제 전기요금을 올리려니 이 환자들이 금단증세를 호소한다. 요금 인상에 격렬하게 반대한다. 큰 일이 난 것이다.

산업계에서는 전기요금을 올리면 수출경쟁력이 약화된다고 하지만, 대표적인 전력다소비업종인 시멘트 산업 분야의 경우 수출 10대 강국 중에서도 우리나라 보다 전기요금이 싼 나라가 없다. 우리 보다 전기요금이 3배 이상인 독일도 수출을 더 많이 한다. 수출경쟁력은 기술과 경영의 혁신에 있지 전기요금에 따라 강해지거나 약화되지 않는다. 오히려 전기요금을 올리고 시멘트 가격을 '물가관리'라는 이름으로 억누르지 않는 것이 기업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전기요금을 올리면 혁신적인 에너지 기술이 더 빨리 발전하게 된다. 이것이 바람직한 에너지 선진국과 글로벌 리더 기업을 만든다. 지금 우리나라는 낮은 전기요금 정책 때문에 세계적 규모로 진행되는 전력(에너지)체계 혁신이 만드는 시장 기회를 놓치고 있다. 전기다소비 산업을 위해 전기요금을 낮게 할인해주면서 고효율 에너지 기술을 가진 다른 기업을 어렵게 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전기요금을 50% 인상한 나라가 있다. 호주다. 그 결과 전력 소비가 15% 이상 감소해 탄소 배출량이 줄었고, 대체에너지로 태양광발전 같은 신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이 13%로 증가했다. 2만 개에 불과하던 태양열 발전 시스템이 100만 개로 늘어나고, 관련 매출도 5조 원을 웃돈다. 이 한 부문에서만 호주 경제를 0.1% 성장시킨 시장이 창출된 것이다.

이젠 후세와 국민을 생각해서 기득권을 내려놓을 때다. 그러면 더 좋은 사업기회와 매출성장으로 보상받게 될 것이다. 낮은 전기요금?버리고, 정상적인 전기요금을 수용하면 기업에게 부담보다 큰 성장의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미래의 에너지붕괴 시나리오를 미리 준비하는 시작이 될 것이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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