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월요일부터 20일간의 일정으로 국정감사가 시작되었다. 이번 국정감사의 피감기관은 작년보다 73곳이나 늘어나 무려 630개이다. 단순 산술적으로만 보더라도 운영위 등 겸임 상임위를 제외한 13개 상임위가 평균 49개 기관에 대한 감사를 해야 한다.
주말을 제외하면 상임위별로 사실상 하루에 5개 정도의 기관을 감사를 해야 하니, 벌써 이번 국감이 '부실 국감'과 '벼락치기 국감' 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또, 여야 모두 말로만 '정책국감'과 '민생국감'이고, 국감이 사실상 주로 '정쟁의 수단'으로 오용되면서, 감사준비도 부족한 국회의원이 피감기관에 대한 호통과 질책만 하며 자신의 인지도만 높이고자 하는 '호통국감'과 '전시성 국감'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걱정하는 분들도 많다.
근거 없이 호통만 치는 '아니면 말고' 식 국감인 경우 피감기관 입장에서는 도리어 별로 부담이 없다. 국감만 적당히 넘기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런 국감은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면서도 그 국감을 통해 얻는 것은 거의 없다. 국감의 효용은 피감기관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잘못을 더 이상 반복하지 않게 됨으로써 얻게 되는데, '호통국감'과 '전시성 국감'은 피감기관의 문제를 제대로 지적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실은 문제가 많은 피감기관조차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는 데에 있다.
당연히 이번 국감에서도 여야 모두 상대방을 압도하고 싶을 것이다. 또 국회의원이라면 '국감스타'가 되고 싶은 것도 당연하다. 그렇다면, 일회성 폭로나 문제점만 성토하는 것보다 '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함께 제시함으로써 그러한 문제가 재발되지 않게 하는 '정책대안의 제시'가 더 중요하다. '정책대안의 제시'는 문제 제기나 성토 같은 것으로만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도리어 '성공사례'를 제시하고 그러한 '성공의 원인'을 분석하는 것으로부터 정책대안이 제시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바로 국감에서도 성공사례에 대한 칭찬이 필요한 이유다. 그래야 국감을 통해 국민에게 희망을 보여 줄 수 있다. 지난 주 월요일 큰 아들이 백혈병으로 투병하다 세상을 떠났지만, 화요일 국무조정실 간부들과 원전 대책을 고민하고, 수요일 서울 정부중앙청사에서 '원전 부품 비리 종합 대책'을 발표한 김동연 국무조정실장, 그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국조실에 대한 국감을 정말 묵묵히 준비한 김동연 실장은 분명 우리에게 대한민국 공직자에 대한 희망을 보여주었다.
땅에 엎드려 움직이지 아니한다는 뜻으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몸을 사린다는 의미의 '복지부동'은 보통 우리가 공직자들을 폄하할 때 사용하는 용어다. 하지만, 시키지도 않은 일을 스스로 찾아서 움직이는 정부기관도 많다. 검거나 처벌 위주의 수동적 대응보다 선제적 예방활동을 중시한 최근 대전지방경찰청의 성과는 칭찬받을 만하다.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를 위해 전국 최초로 가정폭력 관련 자격증 소지자를 전담경찰관으로 배치한 것, 정용선 대전지방경찰청장 등 경찰 500여명이 매일 등굣길 안전 활동을 실시하고, 자동차 '주간 전조등 및 방향지시등 켜기' 운동 등으로 교통사고 사망자가 40.1% 감소하고 노인교통사망사고는 61.9%나 감소했다는 것은 이러한 선제적 예방활동의 성공사례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킬 필요성의 근거가 된다.
이밖에 8,559개 유치원 학부모가 부담하는 실제 원비를 공개한 교육부, 지방행사 및 축제의 원가를 공개한 안전행정부, 전국 호환 교통카드를 도입한 국토교통부, 본청 및 소속기관의 계약 전 과정을 공개한 소방방재청, 전국 최초로 소방산업 직업훈련원을 조성하고 있는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등 칭찬을 받을만한 성공사례는 정말 많다. 이번 국감에서 이러한 기관들이 칭찬을 받아야 하는 것은 "접시를 닦다가 깬 것은 용서해도, 닦지도 않으려는 공무원은 용서 못한다"는 원칙 측면에서 필요하다. 국감에서 성공사례에 대한 칭찬이 이번 국감을 '정책국감'으로 만드는데 크게 기여하기 바란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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