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에너지 안보'(Energy Security) 수준이 지난해보다 14계단이나 추락, 세계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확보를 위해 전 세계에서 '소리 없는 총성'이 울려 퍼지고 있는데도 오히려 뒷걸음질만 치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 수입 의존 현상은 나아질 기미가 없고, 해외 자원개발도 부진의 늪에 빠진 탓이다.
15일 대구 세계에너지총회에서 발표된 세계에너지협의회(WEC)의 '2013년 세계 에너지 지속가능성 랭킹'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에너지 안보 부문 순위는 조사대상 129개 국가 중 103위에 불과했다. 지난해 순위는 89위였다.
에너지 평등(Energy Equity) 부문 역시 작년 32위에서 올해 49위로 17계단 떨어졌다. 환경 친화성(Environmental Sustainability) 부문만 작년 86위에서 85위로 소폭 상승했을 뿐, 세 가지 요소를 모두 고려한 종합순위에서도 10계단 내려앉은 64위에 머물렀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에너지 안보 부분이다.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97%에 달하는 자원 빈국이라는 한계를 감안한다 해도, 이명박정부 시절의 해외 자원개발 드라이브가 무색할 정도로 순위는 되려 대폭 떨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보다 자원 매장량이 많다고 보기 힘든 유럽 각국은 물론, 인접국가인 일본(48위)이나 대만(71위) 등보다 훨씬 처지기도 했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한국이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자 해외 자원개발에 공격적으로 나섰으나 낮은 생산성과 관련 인적자원 부족, 기술적 문제 등으로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명박정부의 해외자원개발정책이 사실상 '속 빈 강정'이었다는 얘기다. WEC는 따라서 ▦자원부국과의 협력 확대 ▦자원개발 업체의 경쟁력 강화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꾸준한 투자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평등 부문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는 전력의 질적 저하, 기름값 상승 등이 꼽혔다. 유가인상과 전기의 질적 요인으로 인해 계층간 에너지사용에 차별이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종합 순위를 보면 1~5위가 스위스 덴마크 스웨덴 오스트리아 영국 등 모두 유럽국가였다. 아시아에선 일본이 16위로 가장 높았고, 카타르(18위) 대만(27위) 말레이시아(37위) 홍콩(40위) 등 순이었다. 에너지 평등 부문 1위인 미국은 환경친화성(86위) 부문 탓에 종합순위 12위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은 에너지안보(18위)만 우수했을 뿐, 에너지평등(101위)과 환경친화성(126위) 순위가 워낙 낮아 종합순위(78위)는 우리나라보다도 낮았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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