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국내 가구업계의 화두는 '이케아'다. 글로벌 가구업계의 최강자인 이케아의 상륙이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득실계산과 대응책 마련에 여념이 없다. '거대 공룡의 진입으로 국내 가구업계가 완전 초토화될 것'이란 시각부터 '국내 가구문화와는 맞지 않아 미풍에 없을 것'이란 견해까지, 다양한 전망이 쏟아지고 있지만 대다수 중소ㆍ영세 가구업체들은 어떤 형태로든 '이케아 쇼크'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15일 가구업계에 따르면 이케아는 내년 11월 경기 광명시에 국내 첫 매장을 열기로 하고 지난 8월 건축허가 승인을 받아 공사에 착수했다. 매장과 사무실 2개층, 주차장 3개 층으로 지어지는 점포의 면적은 총 2만5,759㎡. 웬만한 대형마트의 2~3배에 달하는 초대형 가구매장이다.
스웨덴에 본사를 둔 이케아는 전세계 40개국, 338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소파 침대 책상 식탁 등 일반가구 뿐 아니라 생활용품 소품까지, 취급물품은 무려 9,500여종에 달한다. 가구 완제품이 아닌, 소비자 스스로 조립하는 방식(DIY)으로 저렴한 가격이 강점이다.
현재 1만여개에 달하는 국내 가구업체 중 중소ㆍ영세 가구업체는 약 87%를 차지한다. 이들은 주로 단순 유형의 저가형 가구들을 제조ㆍ판매하는 데, 이케아 상륙시 직격탄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케아의 주 고객층은 주로 연령대로는 20~30대, 가구원수로 보면 나홀로 가구나 신혼 가구가 많다"면서 "국내 중소가구 업체들과 시장이 겹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케아는 또 가구뿐 아니라 침구, 그릇, 생활소품 등 생활용품 취급비율도 높아 일반 상권까지도 큰 여파가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광명 지역 중소상인들은 "이케아가 들어오면 가구업체는 물론 모든 업종의 지역상권이 붕괴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케아는 이미 일본과 중국에서 이미 큰 돌풍을 일으켰다. 1974년 일본 고베에 진출했다가 좋은 품질과 서비스를 원하는 일본 소비자 특유의 까다로운 요구를 부응하지 못해 1986년 철수했다. 하지만 철저한 실패연구 끝에, 2006년 일본시장에 재진입할 때는 현지물류업체와 제휴해 배송·설치·조립서비스를 강화했고 결국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진열 역시 거대한 쇼룸이 아닌 일본식 다다미방 구조로 바꿨다. 때문에 직접 조립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도 이케아는 배송, 조립 등 서비스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반면 이케아의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우선 우리나라 주거문화가 아파트 위주여서 DIY 제품 자체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 또 이마트, 롯데마트, 다이소 등 종합유통채널이 이미 확고하게 자리잡은데다, 한샘(가정용가구), 퍼시스(사무용가구), 에이스(침대) 등 각 분야마다 경쟁력 높은 토종업체들이 자리잡고 있어 이케아가 파고 들 여지가 별로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대형가구업체 관계자는 "이케아가 40대 이상 구매력 있는 소비자들을 흡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고, 박한우 HMC투자증권 연구원도 "이미 저가로 판매하는 온라인 전용 가구들도 많아 이케아가 가격경쟁력 면에서 뛰어날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케아의 브랜드 파워가 워낙 강한 만큼, 한샘 리바트 등 대형 가구업체들도 벌써부터 대비책 마련에 한창이다. 한샘은 이케아가 들어오는 광명시에 지난달 1,200㎡규모의 한샘인테리어 대형대리점을 오픈하고 가구뿐 아니라 생활용품관을 두고 침구, 소가구, 주방용품 등을 한번에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이케아와 맞불을 놓은 셈인데, 한샘은 이같은 대형 대리점을 연내 20곳, 내년말까지 50곳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다만 영세업체들은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태다. 한국가구산업협회 이용원 국장은 "이케아는 국내 브랜드보다 절반 가까운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할 것"이라며 "특히 중소, 비브랜드 가구업체들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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