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 외국인과 개인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한달 넘게 외국인들이 주식을 사들여 주가를 끌어올리자 개인들은 반대로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의 투자패턴을 뒤늦게 따라 했다가 낭패를 당했던 예전과 다른 양상이다. 더구나 개인들은 경기침체 장기화로 주식을 살 여력도 없는 상태. 지수 방어(외국인)와 증시 탈출(개인)로 나뉜 저울 추가 어느 쪽으로 기우느냐에 따라 우리 증시의 앞날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20.69포인트(1.02%) 오른 2,040.96을 기록하며, 지난해 4월 이후 최고점을 찍었다. 외국인은 이날도 3,157억원어치를 사들이며 8월 23일 이후 연속 33거래일째 순매수를 이어갔다. 누적 순매수 금액은 12조원에 육박했다. 외국인이 16일에도 순매수를 이어가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3월 이후 최장 순매수 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외국인 자금이 우리 증시에 몰리는 건 신흥국 중 한국 경제가 비교적 튼튼하다는 판단 때문. 우리나라는 8월 57억4,000만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고, 외환보유액도 3,297억달러로 상당히 높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수석연구원은 "세계경기 회복세와 맞물리면서 투자자금들이 신흥국 중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한국으로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개인들은 지수가 오르자 기다렸다는 듯 매도에 나섰다. 이날 기관과 개인은 각각 1,201억원, 1,845억원어치를 팔아 치웠다. 지난해 말부터 지지부진했던 코스피지수가 최근 2,000선을 탈환하면서 억눌렸던 차익실현 욕구가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5월 국내 주식형펀드에 가입했던 회사원 신모(30)씨는 최근 손실률이 -4%를 기록, 올 초(-11%)보다 많이 회복되자 환매 시점을 가늠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국내 주식형펀드(상장지수펀드 제외)에서는 11일 기준 연속 27거래일째 자금이 유출되면서 역대 최장 순유출 기록을 갱신했다.
펀드업계 관계자는 "코스피가 1,800선까지 떨어지면 펀드 가입이 늘고, 2,000선을 넘으면 자금이 빠져나가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투자흐름상 2,050선을 넘으면 펀드환매도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증시가 2,100선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인 순매수 여력이 남아 있고, 내년에 대한 기대가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유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양호한 경제 여건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의 한국 비중은 아직 높지 않아 추가 편입 여지가 있다"며 연말 2,100선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낙관은 금물.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이제 1,000억원대로 떨어진데다, 세계경기 불확실성 완화와 중국 경기 개선 등의 호재들이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는 지적도 있다. 김학균 연구원은 "웬만한 호재들은 벌써 충분히 주가에 반영됐다"며 "부동산경기 회복 등 묶여있던 돈이 풀릴 여건이 돼야 오른 증시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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