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를 하기 위해 꼬박 3주를 기다렸다. 대세는 대세인 모양이다. KBS '개그콘서트'에서 '로비스트', '뿜엔터테인먼트', '엔젤스' 등 3개 코너에서 종횡무진하고 있는 개그우먼 김민경(33)이 그 주인공이다. 오랜 기다림이 억울해서였을까. '스타가 돼 바쁜가 보다'고 슬쩍 꼬집었다. "코너를 3개나 하다 보니 바쁘긴 하죠. 하지만 일이 없어 집에 가는 것보다 지금처럼 정신 없는 게 좋아요. 오히려 스트레스를 덜 받아서 좋아요." 우문현답이 돌아왔다.
김민경은 2008년 KBS 23기 공채 개그맨으로 입사했다. 5년이라는 긴 무명시절을 이겨냈기에 눈코 뜰새 없는 지금의 일상이 꿀맛인 건 당연하다. 그는 '개그콘서트'에서 외국 무기를 구매하는 '로비스트' 아줌마에서 '엔젤스'의 깜찍한 아이돌 가수, '뿜엔터테인먼트'의 잘 나가는 여배우까지 팔색조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특히 '로비스트'는 지난 13일 방송에서 24.2%(닐슨코리아)로 '개그콘서트' 코너별 시청률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인기다. 로비스트로 구매가를 낮추려고 바닥에 드러눕는, 뽀글뽀글 파마 머리에 몸뻬바지의 아줌마 모습은 코믹하면서도 구수하다. 아마도 탄탄한 연기력이 스타로 올려놓은 듯하다.
대구 아가씨인 김민경은 2001년 상경하면서 개그계에 발을 들여 놓았다. 재미있게도 지금의 그를 있게 만든 건 두 남자의 덕이다. 배우 권오중과 개그맨 전유성. 그 해 SBS 시트콤'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에 출연한 권오중의 팬이었던 김민경은 그의 인터넷 팬카페에 가입해 글을 남기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권오중이 김민경의 편지에 답글을 남긴 것. 이때부터 김민경은 매일 팬카페를 들여다봤다. 우연히 이 카페에 전유성이 개그맨을 모집한다는 글을 보게 된다. "2001년 12월이었어요. 전유성 선생님이 '코미디시장' 개그 단원들을 모집했죠. 선착순 100명이었죠. 당장 서울로 상경했고, 그때 신봉선 언니도 만났어요."
김민경은 '코미디시장'에서 신봉선뿐만 아니라 개그맨 황현희, 안상태, 김대범 등과 호흡을 맞추며 개그맨의 꿈을 키웠다. 개그맨 지망생들이 출연하는 KBS '개그사냥'과 '폭소클럽'에 나가 재능도 발휘했다. 하지만 유독 KBS 개그맨 공채 시험과는 인연이 없었다. 4수 끝에 합격의 영광을 누렸으니까. 하지만 공채 개그맨이 되고서도 '개그콘서트' 코너에 들어가는 것도 녹록지 않았다. 5년의 암흑기였다. 황현희의 '불편한 진실' 코너에서 개그우먼 박지선과 아줌마 연기를 하면서 서서히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뿜엔터테인먼트'도 한 달 반 동안 그가 출연한 분량만 편집된 끝에 빛을 본 코너다. "나 요즘 남자 만나. 소지섭!"이라고 말하는 도도한 여배우 역할도 수십 번 바뀐 캐릭터.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그는 현재의 인기와 관심에 감격해 한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일반고가 아닌 상고에 입학해야 했던 때를 생각하면 눈물이 앞선다. 3녀1남 중 셋째 딸인 그는 어머니에게 미안함과 감사한 마음을 동시에 갖고 있다.
"가정 형편 때문에 어머니가 안 해본 일이 없으세요. 고향에서 자그마한 마켓을 하시다가 지금은 추어탕집 하세요. 갑상선수술을 하셔서 몸도 불편하신데 늘 안쓰럽죠. 그래도 여기까지 삐뚤어지지 않고 한 우물을 판 건 생활력 강한 어머니 덕분이에요."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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