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손꼽히는 미국 단기국채 금리가 시중금리보다 높아지는 유례없는 일이 벌어졌다. 미국 정부의 예산·부채 상한 협상 시한이 임박해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커지자 금리가 급등한 것이다.
15일 금융투자업계와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의 만기 1개월짜리 국채 금리는 8일 이후 최근까지 닷새 연속으로 1개월물 달러 리보(런던 은행간 금리)를 웃돌았다. 해당 미국 국채 금리는 8일 0.337%로 치솟아 0.174%에 그친 리보보다 0.163%포인트 높았다. 9일 0.261%, 10일 0.221%, 11일 0.251%, 14일 0.251%로 소폭 내렸으나 여전히 리보와 큰 격차를 보였다.
미국 단기국채 금리와 리보가 역전된 건 블룸버그가 해당 데이터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1년 이후 처음이다. 미국 국채는 통상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간주돼 그간 세계 단기자금시장의 대표 금리인 리보보다 항상 낮은 금리를 유지해왔다.
3개월물 리보에서 만기 3개월짜리 미국 국채 금리를 뺀 이른바 'TED 스프레드'는 세계 유동성 경색 정도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로 통용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리보 금리가 폭등하며 TED 스프레드가 한때 400bp(1bp=0.01%)를 넘어서기도 했다. 당시 '리먼 사태'의 진원지가 바로 미국이었는데도 미국 국채 금리는 오히려 가장 최후의 안전자산으로 인정 받았던 셈. 하지만 이번에는 어이없게도 미국 내부의 정쟁으로 인해 사상 처음으로 시중금리보다도 높아지는 굴욕을 겪게 됐다.
물론 3개월물 기준으로는 여전히 리보가 미국 국채 금리를 0.18%포인트 이상 웃돌고 있고, 만기 10년짜리 미국 국채 금리도 2.6%대로 안정돼 있어 시장의 우려는 단기간에 국한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미국 의회의 협상도 어느 정도 진전이 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미 단기국채의 굴욕'은 얼마 지나지 않아 끝날 가능성이 높다. 외신에 따르면 미 상원은 연방정부 폐쇄 사태를 해소하기 위해 내년 1월 15일까지 쓸 수 있는 임시 예산안을 마련하고, 2월 7일까지 연방 부채 상한을 연장하는 협상을 벌여 합의가 임박한 상태다.
올해 노벨경제학상 공동수상자로 결정된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도 14일 기자회견에서 미국 정부의 디폴트의 가능성은 낮다고 보았다. 실러 교수는 "어떠한 큰일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며, 이 나라에 아직 디폴트를 막을 정도의 협력 감각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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