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김연아 목걸이 필요해…" 뻔뻔한 갑의 횡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김연아 목걸이 필요해…" 뻔뻔한 갑의 횡포

입력
2013.10.15 12:30
0 0

"아내가 TV를 보고 김연아 목걸이를 갖고 싶어하는데…."

국내 조선산업의 '빅3'에 속하는 대우조선해양에 선박부품을 납품하는 A사 대표 B씨는 술자리에서 대우조선 구매부장 C씨가 툭 던진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 수 많은 협력사(납품업체)들의 납품권과 단가 결정권을 가진 C씨는 이런 어투로 금품을 챙기는데 '귀신'이라는 소문이 업계에 파다했기 때문이다. 갑(甲)에게 '찍히기' 싫었던 B씨는 결국 목걸이를 구입해 건네주고야 말았다.

올해 5월부터 대우조선해양의 납품비리 사건을 수사해 온 울산지검이 15일 이 회사의 백화점식 비리 수사결과를 공개했다. 검찰은 원청사인 대우조선과 납품업체 임직원 17명을 구속하고 1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대우조선 상무 D씨는 2008년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납품업체 4곳으로부터 1억4,7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챙긴 혐의(배임수재), E이사는 비슷한 기간 납품업체 9곳으로부터 1억4,800만원을 챙긴 혐의로 각각 구속됐다.

차장 F씨는 덕트와 가스파이프 납품업체 11곳으로부터 모두 11억9,500만원을 받았고, 대리 1명은 업체 4곳에서 2억6,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납품업체 대표 G씨는 대우조선 임직원 3명에게 8,7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전달하고, 회사 소유 고철을 임의 매각하는 수법 등으로 16억원 상당을 횡령 또는 은닉한 혐의(배임증재 등)로 구속기소됐다. 그는 또 국조보조금 2억5,000만원 상당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갑'인 원청업체 직원들이 금품을 챙기는 수법은 천태만상이었다. 한 직원은 "아들이 수능시험을 치르는데 순금 행운의 열쇠를 사달라"며 노골적으로 금품을 요구했고, 가족의 해외여행 경비를 일체 제공받는가 하면 운동기구를 집으로 사오라고 한 뒤 설치까지 시킨 경우도 있었다.

또 다른 직원은 주택 구입에 필요한 자금을 건네 받아 주택을 사들인 뒤 납품업체에 비싼 비용으로 임대했고, 임직원 사무실에서 납품업체 대표 명의의 신용카드가 발견되기도 했다. 구매담당 차장은 차명계좌로 무려 12억원 상당을 챙기기도 했다.

검찰은 "원청업체 임직원이 받은 35억원 상당의 불법수익을 환수하기 위해 차명 부동산 등에 대해 추징보전청구를 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우조선은 구매부서 직원과 가족의 금융거래 정보를 공개하는 등 '반부패 대책안'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3분기까지 11조원대의 매출을 기록한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과 금융위원회 등이 지분을 50% 이상 보유해 사실상 국민의 회사이며, 협력업체수가 1,800여개에 이른다.

울산=목상균기자 sgmo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