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전환이 빨라지면서 세입자들의 고통이 심해지고 있다. 설상가상 전세가격은 지난주 기준 59주째 연속 상승 중이라 돈 없고 집 없는 서민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3분기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116.06으로 2분기보다 1.29포인트 떨어지면서 6분기 연속 하락했다. 월세지수는 월세가격을 지수화한 것으로 2008년 1월 가격을 100으로 본다. 세입자가 부담하는 보증금과 월 임대료를 합쳐 연간 임대료(연세)를 산출하면, 3.3㎡당 연세는 올 2분기 59만1,000원에서 3분기 58만5,800원으로 떨어진 셈이다. 예컨대 5월에 66㎥ 아파트에 월세를 얻었다면 연간 1,182만원을 부담해야 했지만 9월에 들어갔다면 1,171만원을 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월세가격 하락이 세입자들에겐 결코 희소식이 아니다. 집주인들이 너도나도 전셋집을 월셋집으로 바꾸면서 월세공급이 늘어난 탓에 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3분기 임대수익률(3.49%)이 200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전세 물량의 월세 전환은 더 빨라질 전망이다. 올해 아파트 임대수익률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2002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저축성 예금금리를 추월했다.
반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는 꺾이질 않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서울의 전셋값 2억원 미만 아파트 비중은 2008년 62.15%에서 최근 31.62%로 절반 넘게 줄었다. 동시에 전셋값 3억원 이상 아파트는 2008년 13만8,542가구에서 올해 38만3,853가구로 60% 넘게 늘었다.
월세와 전세 사이에서 오갈 데 없는 세입자들이 아파트에서 빌라로 이주하거나 서울 밖으로 밀려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다. 최성현 부동산114 연구원 "월세 세입자들을 위한 소득공제나 월세자금대출이 나왔지만 집주인들이 비협조적인 상황"이라면서 "임대주택 공급 말고는 마땅한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월세 비용 지원 등 실질적인 월세 세입자 지원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