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는 지금 들떠있다. 2016년이면 춘천시 의암호에 위치한 중도에 '레고랜드 코리아'가 들어서 연간 관광객 200만명이 몰리고, 2022년에는 5조8,900억 원의 경제효과를 발생시킨다고 야단이다. 춘천이 세계적인 '토이 시티'가 될 것이란다. 이 말대로 라면 강원도청 담당 공무원들이 '한 건'한 것 맞다.
그런데 테마파크 시행사인 멀린사와 강원도가 맺은 협약을 놓고 '밀실 계약'이니 '퍼주기 계약'이니 말들이 많다. 일각에서 680억 원짜리 레고랜드 진입교량을 강원도가 지어줘야 하고, 혹시 문제가 생길 경우 시행사에 손해배상을 요구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내놓은 뒤부터다.
무상임대 기간이 최대 100년 이라는 점에 대해선 '중도가 제국주의 시대 조차지(租借地)냐'는 말까지 나온다. 특히 시민단체는 강원도가 레고랜드 진입로 주변 근화동 시유지(2만3,000㎡)를 시행사에 팔고, 시행사는 이 땅을 다시 제3자에게 매각해 레고랜드 건설 비용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은 시민의 재산을 헐값에 넘기는 특혜라고 지적했다. 도의회에서는 멀린사와의 이윤배분 방식도 불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모 인사는 "레고랜드 계약서를 보면 좋게 말해 순진한 것이고, 심한 말로는 무식한 수준"이라는 비난을 퍼부었다.
모두 유치과정에서 쓴 소리를 달게 듣는 공론화 과정이 부족했기 때문이 벌어진 일 들이다. 아니 강원도가 알리고 싶은 것만 골라 홍보하다 자초한 일이라고 하는 편이 맞는 거 같다. 강원도는 안전장치가 있어 손해를 모두 뒤집어 쓰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 강변했다. 문제는 강원도 글로벌사업단의 일 처리 방식이다. 그 동안 도는 얼마 전 프랑스 등 전세계에서 운영중인 레고랜드의 계약 조건을 문의하자 "국가별 계약내용은 비밀이라 알 수 없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자신들이 맺기로 한 계약 내용을 비판하자 모른다던 말레이시아와 프랑스 등 타국 레고랜드 사례를 바로 언론에 즉시 배포했다. 동작 한번 정말 빨랐다.
결국 이는 그 동안 도가 도유지에 사업을 벌이면서도 알 권리 충족을 소홀히 했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다. 굳이 언론과 춘천시민들에게 알려줄 필요를 느끼지 못했거나, 거짓말을 했거나 두 가지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도유지는 도민의 것이 아닌 강원도청의 땅이라 생각해서인지 모르겠다. 강원도는 조금이라도 불이익이 돌아올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모두 바로 잡고 협상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의심스런 눈총을 받으면서까지 도민들의 휴식공간인 중도를 헐값에 내줘야 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상에는 비밀이란 없다는 말을 명심하길 바란다.
박은성 사회부 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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