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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간제 일자리 핵심은 동등한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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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간제 일자리 핵심은 동등한 대우"

입력
2013.10.15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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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간제 일자리의 핵심은 임금 사회보험 등을 전일제와 동등하게 보장하는 것입니다. 네덜란드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시간제 일자리를 선택하고, 만족도도 높은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우리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2017년까지 시간제 일자리를 93만개 늘린다는 계획을 밝힌 가운데 '시간제 일자리 모범 국가', '최초의 시간제 고용 경제'로 불리는 네덜란드의 카텔레네 파쉬에(Catelene Passchierㆍ59) 네덜란드노총(FNV) 부위원장은 이렇게 강조했다. 16일 민주노총 주최로 국회도서관에서 열리는 '시간제 노동 해외전문가 초청 토론회' 참석차 방한한 파쉬에 부위원장을 14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만났다.

우리나라에서는 시간제 일자리가 알바, 허드렛일 등 저숙련 저임금의 대표적인 '나쁜 일자리'지만, 네덜란드에서는 일반적인 근로형태 중 하나다. 시간제가 전체 일자리의 37.2%에 달하고, 이 중 65%가 임금 사회보험 수당 등에 차별이 없는 정규직이다. 처우가 노동시간에 비례할 뿐이다. 네덜란드는 유럽 국가 중에서 자발적으로 시간제를 택하는 노동자의 비율과 만족도가 가장 높다.

하지만 파쉬에 부위원장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시간제 노동자는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는 '이등 시민'이었다"고 했다. 80년대 경제 위기에 대응한 기업의 비용 절감, 보육시설이 없어 짧은 시간만 일할 수 있는 여성들의 취업 욕구가 맞아떨어져 생긴 일자리였기 때문이다.

이후 노조와 정부가 근본적인 근로조건 개선에 나섰다. 네덜란드 노사정은 1993년 ▦전일제와 시간제의 동일 노동, 동일 임금, 동등 대우 ▦사회보장과 수당에 대한 동등한 권리 ▦시간제-전일제 간 상호 전환 권리 보장 ▦고위직에도 시간제 고용 등을 주요 골자로 하는 협약을 맺었다. 이 내용들은 이후 법에 명문화되거나 노사 단체협약에 포함됐다.

물론 한계도 있다. 파쉬에 부위원장은 "시간제에서 전일제로의 전환 권리가 보장돼 있긴 하지만 실제로는 전환이 어렵고, 시간제 근로의 75%가 여성이다 보니 이들의 고위직 진출도 매우 드물다"고 지적했다. 네덜란드에서는 '남성=전일제, 여성=시간제'로 성별에 따라 근로시간이 고착화되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우리 정부의 시간제 일자리 늘리기에 대해 바쉬에 부위원장은 네덜란드처럼 '노사정 타협'이 선행 조건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정부는 고용률이라는 정치적 목표 달성을 위해 시간제에 접근하기보다, 결혼ㆍ육아 등으로 노동시장에서 배제되는 여성들에게 양질의 시간제가 완충지대가 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용 유발로 시간제 고용을 꺼리는 기업에는 "단기적으로는 손해인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사회 고령화로 노동인구를 늘려야 하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투자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계에 대해서도 "이미 양산된 열악한 시간제 일자리를 방치하지 말고 좋은 일자리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간제 일자리가 앞으로 우리 사회의 '덫'이 될지, 새로운 '기회'가 될지는 노사정 대타협에 달렸다는 얘기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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