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5개 적십자병원의 총 부채가 1,289억원에 달하는 등 심각한 재정난에 빠져 있으면서도 병원 임직원들은 지난 4년간 25억원의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저소득층의 공공의료 안전망 역할을 위해 매년 평균 80억원의 국고를 지원 받고 있는 상황에 비춰볼 때 병원 경영진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아 공개한 적십자병원 운영실적 자료에 따르면 서울, 인천, 상주, 통영, 거창 등 5곳의 적십자병원 누적부채는 2010년 1,155억원에서 2011년 1,207억원, 2012년 1,289억원으로 최근 3년간 계속 증가했다. 이중 서울적십자병원이 39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상주 318억원, 인천 317억원, 통영 142억원, 거창 122억원 등 5개 병원 모두가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도 인천적십자병원은 3년간 7억2,000만원, 서울적십자병원은 같은 기간 6억원을 내부 직원들을 위한 성과급으로 집행했다. 서울적십자병원과 상주적십자병원은 경영 악화에 책임이 있는 병원장에까지 성과급을 지급해 재정난을 더욱 부추겼다.
이 같은 부실운영은 의약품과 의료장비 구입대금의 체불로까지 이어졌다. 5개 병원의 의약품 체불액은 지난 8월 기준으로 92억원에 달하고 있다. 매년 수십억원의 적자로 누적부채를 키우고 있고 의약품 대금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임직원들이 매년 자신들의 성과급을 챙겨갔다는 것이니 잘못돼도 크게 잘못됐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지방의료원과 함께 각 지역을 거점으로 보건의료 취약계층에게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 병원과 다른 경영상 어려움을 이해 못하는 바 아니다. 하지만 적자보전을 위해 국민 혈세가 지원되는 적십자병원에서 납득할 수 없는 지출이 수년간 계속되고 있었다는 점은 묵과하기 어렵다. 해당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도 문제지만 관계당국의 감독 소홀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만성 적자에 허덕이다 결국 문을 닫아야만 했던 진주의료원 사태가 바로 얼마 전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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