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클래식 무대는 '피아노 풍년'이다. 피아노는 누구나 쉽게 접하고 소리낼 수 있지만 전문 연주자에게는 배울수록 어렵고 어느 악기보다 다양한 표현이 가능한 악기다. 이 같은 피아노의 매력을 한껏 만끽할 수 있는 국내외 피아니스트들의 독주회와 협연이 잇따라 열린다.
기다렸던 정통적 해석의 무대
오스트리아 출신의 '베토벤 스페셜리스트' 루돌프 부흐빈더(67)가 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선다. 1982년(텔덱)과 2011년(소니뮤직) 두 차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에 도전한 그는 첫 전곡 음반으로 "감정적으로나 테크닉적으로 가장 완벽한 베토벤"이라는 호평을 받았고, 두 번째 전곡 음반으로 독일의 에코상을 받았다. 지난해 2월 첫 내한해 베토벤 소나타만으로 국내 관객에게 큰 호응을 얻은 그가 이번에 들려줄 곡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21번 '발트슈타인'과 슈베르트의 즉흥곡 D.899 중 2ㆍ3ㆍ4번, 쇼팽 피아노 소나타 3번 등이다.
11월 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1월 5일 강동아트센터 대극장에서는 '바흐 스페셜리스트' 마르틴 슈타트펠트(33)의 무대가 펼쳐진다.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선보인 2009년 첫 내한과 2011년 낭만주의곡으로 꾸민 무대로 호평을 얻었던 그는 이번 공연에서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1권 등 전공인 바흐를 다시 연주한다. 피아니스트 겸 음악칼럼니스트인 김주영씨는 "서양음악의 원류인 바흐를 정확히 표현하는 능력은 타고나는 경우가 많다"며 "슈타트펠트는 '타고난 바흐 감각'을 지녔다"고 평했다. 2001년 독주회 이후 오랜만에 내한하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피아니스트 장 이브 티보데(52)는 11월 1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서울시향과 거슈윈의 피아노 협주곡 F장조를 협연한다.
열정적인 여성 연주자들
힘과 기교를 갖춘 여성 연주자들의 무대도 이어진다. 뉴욕에서 주로 활동하며 올해 미국 클리블랜드음악원 교수가 된 백혜선(48)의 독주회가 2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부산국제음악제 예술감독이기도 한 그는 베토벤의 '에로이카 변주곡'을 비롯해 라흐마니노프의 '코렐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 하이든의 변주곡 F단조, 리스트의 '베네치아와 나폴리'를 연주한다.
가족을 위해 유튜브에 올린 연주영상을 계기로 EMI클래식에서 음반을 내게 된 스토리로 유명한 차세대 연주자 임현정(27)은 11월 2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KBS교향악단과 협연한다.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한다.
2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여는 우크라이나 출신의 발렌티나 리시차(40)도 유튜브에 연주영상을 올려 유명해졌다. 빠르고 강한 연주로 '피아노 검투사'라고 불리는 그의 이번 연주회는 휴식시간이 두 번 있는 3시간의 '빅 리사이틀'이 될 예정이다. 라흐마니노프의 6개의 프렐류드, 프로코피에프의 소나타 7번, 베토벤의 소나타 7번 '열정', 쇼팽의 8개의 녹턴, 리스트의 '죽음의 무도'를 연주한다.
전석 매진 스타들의 귀환
흥행 보증수표인 중국의 스타 피아니스트 랑랑(31)이 11월 2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콘서트를 갖는다. 피아노 솔로와 오케스트라 협주곡을 모두 선보인다. 쇼팽의 발라드 1~4번을 연주한 후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수원시향과 협연한다. 지난해 3월 29일 첫 무대를 시작으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에 도전해 온 김선욱(25)은 11월 21일 LG아트센터에서 베토벤의 마지막 3개 후기 소나타 30~32번을 연주하며 2년의 긴 여정을 마친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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