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에 갔다. 개업한지 얼마 안 된 그 치과에서는 자주 문자를 보내왔는데, 지난 7월부터 치석제거에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시작했다는 정보도 그중 하나였다. 받아볼까 하는 마음이 없지는 않았지만 딱히 통증도 없는데 치과를 찾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날은 잇몸 때문에 고생하는 선배의 푸념을 들은 터라 내친김에 스케일링을 받자고 큰맘을 먹게 되었다.
진료의자에 몸을 눕히자 치료를 맡은 간호사가 다가왔다. "아, 하세요." 스케일러와 석션이 입 속으로 들어왔다. 질끈 눈을 감았다. 치석을 긁어내는 마찰음이 신경을 같이 긁었다. 침과 피를 빨아들이는 흡입음은 고막도 빨아들이는 것 같았다. 싫다, 싫다, 머릿속이 아우성을 치는데 간호사가 자꾸 말을 걸었다. "커피 많이 드세요?" "아." "스케일링한지 얼마나 되셨어요?" "아아아." "시리세요?" "아아." 내참. 이렇게 입을 아, 벌리고 있는데 말을 시키면 어쩐담.
치료가 끝난 후 간호사는 내 얼굴을 덮었던 수건을 걷어냈고 자신이 쓰고 있던 마스크도 벗었다. 낯익은 얼굴이었다. 어디서 봤지? 진료실을 나와 데스크에서 주의사항을 듣다가 끝내 묻고 말았다. "저… 우리가 언제 만난 적 있나요?" 간호사가 빙긋 웃었다. "학교 다닐 때 선생님 수업 들은 적 있어요." 이런. 얼굴이 화끈거렸다. 내 학생이었다고? 실컷 떠들던 선생의 입 속에서 시커먼 치석을 긁어낸 거라고? 어쩐지 속을 들킨 기분이었달까.
시인 신해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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