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라이벌이지만 13년 만의 재회는 두 팀과 팬들에게 설렘 그 자체였다.
한국시리즈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LG와 두산이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를 하루 앞두고 '가을 축제'를 함께 할 것을 다짐했다.
김기태 감독과 이병규, 봉중근(이상 LG), 김진욱 감독, 홍성흔, 유희관(이상 두산)은 1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서울 팀의 자존심을 건 '전쟁'이지만 모처럼 잠실에서 함께 하는 잔치를 즐기겠다"고 이구동성의 출사표를 던졌다.
두 팀은 지난 5일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2위 자리를 놓고 극적인 승부를 벌인 지 11일 만에 다시 맞붙게 됐다. 승리한 LG가 플레이오프에 직행했고, 4위로 마감한 두산은 3위 넥센과 준플레이오프 5차전 혈전 끝에 3승2패로 이겨 13년 만의 '덕아웃 시리즈'가 성사됐다.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지휘한 김기태 감독은 "굉장히 기대된다. 감독부터 선수와 팬들 모두 그 동안 갈망하던 포스트시즌을 즐길 준비를 하고 있다"며 숙원이던 가을 야구를 만끽할 플레이오프에 기대를 나타냈다. LG의 가을 상징과도 같은 유광 점퍼를 착용하고 나온 봉중근도 "한국 와서 처음 맞는 포스트시즌이다. 떨리기도 하지만 기대된다"고 말했다.
혈투를 치르고 올라온 두산 역시 상대가 LG라는 사실에 각오를 새로 했다. 김진욱 감독은 "체력적으로 지쳤지만 경기 감각 측면 등에서는 예비 고사를 치렀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정신력으로 버텨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LG와의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패전투수가 됐던 유희관은 "두 번은 당하지 않겠다. 라이벌이라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이라고 설욕을 다짐했다.
두 팀의 포스트시즌 맞대결은 이번이 네 번째다. 역대 전적에선 LG가 3차례 시리즈에서 2번을 승리로 장식했다. 첫 대결은 1993년 준플레이오프로 정규시즌 4위였던 LG가 3위 OB를 2승1패(3전2선승제)로 따돌렸다. 두 번째 대결은 5년 뒤인 1998년 준플레이오프였다. 역시 3전2선승제 시리즈에서 LG가 1, 2차전을 모두 잡고 또 두산을 울렸다. 1차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승리를 거둔 LG는 기세를 이어 2차전에서 14-5로 대승을 거뒀다. 그러나 마지막 대결이었던 2000년 플레이오프에서는 두산이 역전극을 벌였다. 양대리그로 진행됐던 당시 LG는 매직리그 1위, 두산은 드림리그 2위를 차지해 7전4선승제의 플레이오프를 벌였다. 두산은 3차전까지 1승2패로 밀리다가 4~6차전을 내리 승리하며 4승2패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심정수는 6차전 연장 11회 결승 솔로홈런을 포함해 4~6차전에서 모두 결승홈런을 때려 히어로가 됐다.
네 번째 맞대결을 앞둔 김기태 감독은 "두산은 경험이 많고 기동력, 장타력이 모두 좋은 팀이다. 하지만 우리는 쉬는 동안 연습경기를 통해 준비를 많이 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두산과 즐겁고 멋있는 야구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준플레이오프를 5차전까지 치러 객관적으로 불리한 입장인 김진욱 감독도 "오늘 하루 쉬는 걸로 위안을 삼겠다. 넥센과 준플레이오프도 우리가 불리하다고 했다. '미러클 두산'의 전통을 잇겠다"고 힘줘 말했다.
13년 만의 '잠실 덕아웃 매치'인 두 팀의 플레이오프 1차전은 16일 오후 6시 잠실구장에서 열린다. 선발 투수로는 LG가 류제국을, 두산은 노경은을 예고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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