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시론/계모의 마법 거울과 시맨틱 웹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시론/계모의 마법 거울과 시맨틱 웹

입력
2013.10.15 06:45
0 0

이혜원

서울여대 문헌정보학과 교수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 누구지?” 백설공주 계모인 왕비가 마법에 걸린 거울에게 묻자 “왕비님도 아름답지만 백설공주가 몇 배 더 아름답지요”라고 거침없이 대답한다.

나도 알고 싶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 누군지. 나에겐 비록 왕비의 마법 거울은 없지만 똑똑한 스마트폰이 있다. 말로 질문을 하면 음성인식 기술이 목소리를 텍스트로 바꿔 검색을 시작하고 몇 초 만에 답이 나온다. 답변 중에는 백설공주를 지목하며 그녀가 왕비보다 더 아름다운 이유를 알려주는 것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답이 한가지 일리 만무하다. 비록 악녀이지만 왕비의 아름다움도 인정해야 한다는 재치있는 답이 있을 수 있고, 실제성을 고려해 2012년 미스 유니버스 우승자를 제시할 수 있으며, 지난해 런던 올림픽에서 따뜻한 인간미를 보여준 장미란 선수를 포함시킬 수도 있다. 이처럼 웹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묻는 질문에 수천, 수만개의 답이 나올 수 있다.

네트워크 시대가 복잡해질수록 왕비를 위해 하나의 진실만을 말했던 거울처럼 웹도 질문의 의도에 맞는 최적의 답을 찾아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이 인간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면 요즈음 ICT(정보통신기술) 분야 학자들은 웹 즉, 기계가 인간을 이해하는 방법에 대해 골몰하고 있다.

기계에게 인간을 이해시키기 위해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분류(分類)다. 인간이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고 세상을 알아가는 과정은 끊임없이 대상을 고르고 비슷한 것을 모으며, 모은 것에 대해 대표성을 부여하는 반복적인 학습을 통해 이루어진다. 분류라고 하면 계ㆍ문ㆍ강ㆍ목ㆍ과ㆍ속ㆍ종으로 익숙한 린네(1707~1778)의 생물학적 분류가 떠오른다. 또 듀이(1851~1931)가 고안한 도서관분류체계인 듀이십진분류법도 있다.

린네는 그 체계로 모든 생물을 분류하려 했으며, 듀이는 세상의 모든 책을 주제별로 정렬하려고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린네나 듀이의 분류체계로는 세상의 모든 지식을 명쾌하게 분류하기에 역부족이었다. 사물을 특정한 단어나 문장 몇 개로 분류한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마법의 거울처럼 명쾌한 답을 줄 수 있는 웹은 불가능할까. 어렵지만 가능하다.

요즘 웹 검색의 화두인 시맨틱 웹(semantic web)의 기틀이 되는 정보기술인 온톨로지(ontology)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존재론이라는 고대 철학에서 출발한 ‘온톨로지’ 는 인간과 기계가 특정 존재에 대한 세부 설명을 공유하면서 이해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정보를 입력하기 전에 웹은 정보를 어떻게 관리할지, 정보들 간의 관계는 어떻게 표현할지를 결정한다.

철학에서 인간의 존재에 대해 고민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거쳤듯이 이제 웹에게 인간과 관련된 모든 개체를 친절히 설명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바로 온톨로지 구축이며, 모든 개체에 대한 설명과 그에 대한 정확한 사례들이 함께 표현된다. 사례가 쌓일수록 웹은 인간을 이해는 방향으로 진화하게 된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고 정의한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나‘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했던 수학자 파스칼처럼 기계도 이젠‘인간은 너무 사회적이고 생각이 자주 바뀌어서 정확하게 이해하기가 힘들다!’ 며 정의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하지만 기계는 곧장 인간의 모든 것을 다 이해할 수 없다고 솔직히 고백할 것이다. 그리고 인간을 이해하는 데 기울이는 노력의 과정이 인간에 대한 이해의 완전함을 대치할 수 있는 최선임을 인정할 것이다. 마치 인간이 인간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