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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향기/10월 15일] S라인과 다이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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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향기/10월 15일] S라인과 다이어트

입력
2013.10.1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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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지방 감소에 효과가 크다고 알려진 다이어트 보조제를 먹은 미국인들이 집단으로 간염에 걸려 한 명이 숨졌다는 보도가 있었다. 스위스의 한 여성은 음식을 먹지 않고 햇빛으로 영양분을 흡수하는 햇빛다이어트로 숨졌다. 무지하다는 비난은 하지만 우리의 삶속에 너무나 깊숙이 들어와 버린 다이어트 열풍은 끄떡없다.

피트니스 센터마다 다이어트를 권하는 전단지를 뿌리고, 사람들의 운집이 많은 지하철 역사에는 성형외과 광고가 난무한다. '비포, 애프터'로 보여주는 성형 사진은 이제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화장술만으로도 성형효과를 준다는 메이크업 성형, 나아가 사진 이미지를 조작하는 디지털 성형까지, '쭉쭉 빵빵' 이른바 'S라인'에 맞춰간다.

사실 아름다움이란 시대와 문화에 따라 변천해 왔다. 다산과 풍요를 중시했던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나 로셀의 비너스는 굵은 허리, 큰 가슴과 넓은 허벅지를 갖고 있다. 황금비의 형식 미(美)가 선(善)을 목적으로 한다는 밀로의 비너스, 그리스 헬레니즘 시대의 원작을 모각한 메디치의 비너스는 굵은 허리와 불룩한 배로 그 시대의 건강한 신체상을 보여주고 있다.

보티첼리의 비너스는 당시 피렌체 최고의 미인을 모델로 하고 있는데, 작은 가슴과 굵은 허리, 불룩한 아랫배를 갖고 있다. 신화의 여성이 아닌 보통의 여성을 그린 티치아노의 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절대주의 시대의 지배계급 여성에겐 육체의 힘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듯, 일하지 않는 가냘픈 손가락과 작고 귀여운 가슴, 부드럽게 늘어진 뱃살이 눈에 띈다.

S라인을 아름다움의 기준으로 삼기 시작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로코코시대의 하이힐이다. 하이힐을 신으면 배가 들어가고 넘어지지 않기 위해 몸을 뒤로 젖히다 보니 가슴이 나오고 엉덩이도 튀어나와 풍만함이 두드러지게 된다. 또 하나는 보정용 속옷으로 허리를 졸라맬 수 있도록 고래 뼈를 이용해 만든 코르셋이다.

하이힐과 코르셋은 신체의 전체적인 조화가 아닌 가슴, 허리, 엉덩이라는 각 부분의 아름다움을 강조시키는 결정체였다. 프란시스코 고야의 라는 작품 속 모델의 잘록한 허리처럼, 어떻게 보면 가슴과 엉덩이의 크기는 시대마다 조금씩 달라졌지만 허리가 가는 것을 아름다움으로 보는 것은 지속되어 온 셈이다.

1959년 탄생한 바비 인형은 또 한 번 미의 기준을 바꾸게 한다. 바비 인형을 175㎝ 키의 성인을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몸무게 50㎏, 가슴-허리-엉덩이가 36-18-33인치라는 비현실적인 외모가 나온다. 몸에 대한 왜곡된 관념을 심어주고 거식증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비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잘 팔리는 장난감을 넘어선 문화적 포식자이다.

미디어는 다이어트 신드롬의 주역이다. 22인치의 허리를 가진 한 여배우는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굶을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는 가끔씩 한바탕 먹는 걸로 푼다고 했다. 어느 모델은 근육이 없으면서 날씬한 몸매를 가져야 했기 때문에, 약간의 우유와 채소만 입에 대고 23일간 밥을 굶는 위험한 다이어트를 해봤다는 고백도 했다.

미디어를 통해 보이는 S라인은 다이어트가 건강을 위한 조건이기 보다, 외모지상주의 사회에서 미의 기준임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미와 건강을 동등한 선망의 가치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건강을 해치더라도 미를 획득해야 한다는 고강도의 사회적 스트레스가 작동한다.

건강을 해치고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아름다움을 쫓는 것은 피할 일이다. 타인의 기준에 현혹되지 않고 건강한 정신과 애정을 담아 나의 몸을 가꾸고 있는지를 생각해 볼 일이다. 아름답게 나이 들기 위해 오히려 가치 없는 말을 다이어트하고, 생각을 S라인으로 하고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

안진의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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