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무조정실 국정감사는 사뭇 달랐다.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이 최근 장남을 떠나보내고서도 묵묵히 국감 준비에 매진해 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감장은 숙연해졌고 여야 의원들은 김 실장에게 격려와 위로를 아끼지 않았다.
2년 동안 백혈병으로 투병하던 김 실장의 장남(28)이 지난 7일 세상을 떠난 사실은 국감이 시작된 이날 언론을 통해 처음 알려졌다. 김 실장이 부고도 내지 않은 채 9일 장례까지 치르고 국감 준비 업무에 복귀했기 때문이다.
여야 의원들은 국감 질의에 들어가기 전에 김 실장에게 조의부터 표시했다. 김정훈 정무위 위원장은 "깊은 슬픔을 당했음에도 이렇게 국감을 잘 준비해준 데 대해 감사드리고 삼가 조의를 표한다"며 " 많은 국민들이 김 실장에게 위로를 하고 있으니 힘내길 바란다"고 밝혔다. 민주당 김영환 의원도 "인간적으로 아주 큰 아픔과 고통을 안고 국감장에 나와 답변하고 있는 국무조정실장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하고 아픔을 같이한다"고 했다.
더구나 김 실장이 아들을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주변을 더 안타깝게 했다. 김 실장은 지난 추석 직전 백혈병이 악화한 아들을 위해 직접 골수이식에 나서면서 주변에는 "건강검진을 받는다"고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마지막 순간까지 아들의 죽음을 비밀에 부친 채 국감 준비 등 업무에 전념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의 장례식을 마친 뒤 9일 오후에는 간부들을 소집해 다음날 발표할 원전비리 근절대책 발표문까지 일일이 챙겼다.
김 실장은 국감 전날인 13일에야 비로소 국무조정실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고백하자면 스물여덟 해 함께 살아온 애를 이렇게 보낸다는 것이 지금도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다. 가슴을 도려내는 것 같기도 하고 심장에 큰 구멍이 난 것 같기도 하다"고 슬픔을 전했다. 김 실장의 장남은 미국 존스홉킨스 국제관계대학원 유학 중 백혈병이 발병, 곧바로 한국에 들어와 투병생활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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