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일제, 9세 소녀까지 강제노역에 끌고 갔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일제, 9세 소녀까지 강제노역에 끌고 갔다

입력
2013.10.14 18:38
0 0

전북에서 태어난 이모씨는 1939년 탄광으로 강제 동원된 아버지를 따라 이듬해 일본으로 건너갔다. 하지만 아버지와 함께 살 수 있게 된 기쁨도 잠시, 이씨는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탄광에 끌려갔다. 이씨가 11살 때의 일이다. 이씨가 맡은 일은 남자들이 캔 탄 중에서 좋은 탄을 선별하는 선탄작업. 이씨는 4년 넘도록 탄광에서 일하다 도망쳐 나와 광복 후 한국에 돌아왔다. 탄광에서 만난 남편은 머지않아 진폐증 진단을 받고 폐암으로 숨졌다.

일제 강점기에 10대 초반, 심지어 9살 소녀까지 강제 노역에 동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국내외의 공장과 탄광, 토건 작업장 등에 동원됐으며, 상당수는 어른이 할 중노동에 내몰려 사망하거나 지금까지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이하 위원회)는 14일 조선인 여성 강제 노역 동원 피해사례를 조사ㆍ분석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2004년 위원회 발족 이후 2008년 8월까지 피해 신고 접수와 진상조사를 통해 파악한 1,039건(1,018명)의 피해 현황을 정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피해 여성들의 동원 당시 평균 연령은 16.5세에 불과했다. 공장으로 동원된 여성의 평균 연령은 13.2세, 국내에 동원된 여성은 13.3세다. 이는 당시 공장법(16세 이상)이나 국제노동기구(ILO) 기준(15세 이상)은 물론 강제 동원에 관한 법적 규정(14세 이상)에도 위배되는 것이라고 위원회는 밝혔다.

어린 여아일수록 노역 도중 사망이 적지 않았다. 현지에서 사망한 인원 27명 중에는 동원 당시 9세였던 여아(1명)도 포함돼 있다. 10세 1명, 12세 5명, 13세 3명, 14세 1명 등 14세 이하는 총 11명으로 40.7%를 차지한다. 사망 당시 연령도 14세 이하가 9명으로 사망자의 3분의 1에 이른다. 신체적으로 취약한 미성년자들이 중노동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광복 후 정신적 장애를 겪고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발육정지, 파킨슨병 등 후유증에 시달린 이들도 적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공장은 물론 탄광산이나 토건 작업장 같은 중노동 현장에도 내몰렸다. 총 1,039건 중 공장(614건ㆍ59%)이 절반 이상이었지만 탄광산(143건ㆍ13.8%)이 그 뒤를 이었고 토건 작업장(17건), 제철소(4건), 조선소(2건) 등도 눈에 띄었다.

위원회 관계자는 "어린 나이에 동원돼 피해자 중 60% 정도는 생존해 있고, 아직 드러나지 않은 피해 사례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들에 대한 실질적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