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이 오랜만에 경제학계의 저명한 석학들에게 돌아갔다. 시카고대의 유진 파머, 라스 피터 핸더슨 교수와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가 그들이다. 이들은 매년 노벨상 시즌마다 경제학상 수상 후보로 단골로 거론돼 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14일(현지시간) 자산 가격 분석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하여 이들 3인을 공동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주식과 채권 가격의 등락을 단기 예측하긴 어렵지만, 장기간 움직임을 예견하는 것은 가능하다"면서 "이처럼 놀라우면서도 모순돼 보이기도 하는 연구 성과가 이들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노벨위원회가 선정한 세 사람의 학자는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오늘날까지 주식시장에서 널리 사용되는 자본자산가격결정모형(CAPMㆍCapital Asset Pricing Model)과 직ㆍ간접적 관련이 있다. 이 모형은 자산의 기대수익률이 시장에 비해 얼마나 강하게 움직이는가를 통해 결정된다는 것으로, 이른바 '효율적 시장가설'에 기반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말하는 '베타'(변동성)라는 표현이 여기서 나왔다. 1960년대 초 윌리엄 샤프를 비롯한 다수의 학자들이 처음으로 개발했으며, 샤프는 이 공로로 1990년 이미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유진 파머 교수 역시 이 모형을 뒷받침하는 연구를 했다.
하지만 1982년 일반적률법(GMM)을 고안한 계량경제학자 핸슨 교수가 GMM으로 역대 주가 데이터를 실증 분석한 결과, CAPM는 실제와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GMM은 경제학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결과를 추정하기 위해 지금도 널리 사용되는 분석법이다.
파머 교수와 케네스 프렌치 등은 '크기'와 '장부가치'라는 두 가지 요인이 주식가격을 설명하는 데 유용하다며 베타라는 한 가지 요인에 의존하는 CAPM 을 수정했다. 대형주보다는 소형주가, 장부가치가 높은 주식이 낮은 주식보다 초과 성과를 낸다는 분석이다. 여러 연구를 통해 '모멘텀' 등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추가 요소들이 발견됐는데, 이런 연구 성과들은 지금도 주식 투자 등에 실제로 이용되고 있다.
부동산 가격 지수인 '케이스-실러 지수'로 유명한 실러 교수는 1980년대 초 변동성이 크고 단기간 예측이 불가능한 자산 가격이라 하더라도 장기간 예측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실러 교수는 시장 참가자들이 모두 이성적이고 모든 정보를 잘 아는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는 가설과는 반대로 투자자들이 비이성적으로 판단한다는 행동경제학의 입장에 서 있는데, 이 때문에 주가가 펀더멘털만을 반영하지 않고 심한 변동성을 보인다고 본다.
노벨위원회는 "(자산가격 움직임에 대한) 어떤 설명은 이성적인 투자자행동을 전제로 하고 다른 설명은 행동경제학 모델을 탐구하고 있다"면서 상반되는 것처럼 보이는 두 가설에 대해 모두 인정하는 입장을 보였다.
공동 수상자 3인은 스웨덴 돈으로 800만크로나, 한화로 약 13억2,100만원 상당의 상금을 각기 똑같이 나눠 받는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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