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같은 여성으로서라도 마땅히 해결해줘야 하는데 이렇다 할 말 한마디 없으니 누구에게 하소연해야 하느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88) 할머니가 14일 국회 국정감사장에 나와 애끓는 심정으로 호소했다. 김 할머니는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또렷한 목소리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에 대한 국감장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 할머니는 “일본 때문에 인생을 망쳤다. 돈이 탐나서 일본정부에 사과하고 배상하라고 하는 게 아니다. 제가 죽으면 돈을 가지고 가겠느냐”라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일각의 왜곡된 시선에 목소리를 높였다.
교학사 역사왜곡 문제와 관련한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도 분명한 의견을 드러냈다. 김 할머니는“확실히 알지도 못하고 그렇게 내놓으면 애들이 무엇을 배우겠느냐”며 “우리 교과서가 그렇게 나오면 일본이‘너희는 어떻게 가르치고 있느냐’라고 하면 어떻게 얘기를 하겠느냐”고 비판했다.
김 할머니는 마지막으로 발언할 기회를 더 달라고 요구한 뒤“위안부 할머니들이 죽기 전에 우리 정부와 일본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 지어서 올 겨울에 눈보라를 안 맞도록 해주면 고맙겠다”며 “미안하다며 입으로만 돕는다고 하지 말고, 제발 우리 한 좀 풀어달라”고 간절히 호소했다.
이날 국회 정무위 국감에는 일제 강점기인 1944년 미쓰비시중공업의 강제노역에 동원됐던 양금덕(84) 할머니가 참고인으로 출석해 정부의 대책을 눈물로 호소했다. 양 할머니는 “일본에서‘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다 줬으니 정부에서 받으라고 소송을 기각했다. 그런데 정부에선 무슨 죄를 지어서 왜 일본사람한테 (배상하라는) 말을 못 하나”라며 “(한일청구권협정을 체결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씨가 (대통령으로) 나왔으니 제일 먼저 협상에 나설 줄 알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 법원의 잇따른 근로정신대 피해자 보상 판결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한 것이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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