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먼 사이'
미국 상원의 해리 리드(73) 민주당 원내대표와 미치 매코널(71) 공화당 원내대표의 관계를 워싱턴포스트(WP)는 이렇게 정의했다. 12일(현지시간) 백악관과 공화당 지도부의 연방정부 채무불이행(디폴트) 협상 실패 이후 두 정치 고수가 협상 시한을 불과 나흘 앞둔 13일(현지시간) 마지막 협상에 나선 데 따른 기대감과 불안감의 표현이다.
상원에서만 30년 가까이 마주한 두 대표가 이번 사태를 해결할 마지막 카드라는 점은 정치권에서도 이견이 없다. 두 사람은 각각 2005년, 2007년부터 소속 정당의 원내대표를 맡고 있다. 둘 다 세출위원회에서 활동했고 상원 윤리위원장을 지냈으며 비슷한 시기에 원내총무로 활동하는 등 경력도 닮았다. WP는 "국가안보기관 관할을 둘러싸고 상원 위원회 별로 수십 년 이어진 영역 다툼 해결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두 대표가 합심해 만들었고 2008년 금융위기에도 같이 대응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두 대표의 최근 관계는 악화일로다. WP는 올 여름 민주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규정 개정 당시 양당이 충돌하면서 두 대표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당시 매코널 대표는 리드 대표를 상원 역사상 최악의 원내대표라 했고 리드 대표는 매코널 대표를 배신자라고 비난했다. 지난달에는 리드 대표가 상원 주요 인사들을 저녁 식사 자리로 초청할 때 매코널 대표를 공식적으로 빼기도 했다. WP는 그러나 이들이 디폴트만은 막아야 한다는 정치권과 국제사회의 기대를 개인 감정 때문에 쉽게 저버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드 대표는 13일 상원 전체회의 연설에서 "디폴트 문제가 긍정적인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한다"며 디폴트 시한인 17일 이전에 큰 틀의 합의가 성사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상원은 휴일인 13일에 이어 컬럼버스 데이로 연방공휴일인 14일에도 전체회의를 통해 협상을 시도하기로 했다.
WP는 "5월 이민법 개혁안을 통과시키는 등 상원은 그 동안 뛰어난 협상력을 보여주었다"며 "두 대표가 노련미를 발휘한다면 협상 시한 전 디폴트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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