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숲이 살아나면서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천연기념물 제204호 팔색조의 개체수가 50년 전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의 간섭이 줄면서 제주 숲 생태계가 회복돼 팔색조가 서식하기 좋은 조건이 만들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원현규 박사팀은 제주지역에서 1960년대와 최근 10년간(2002~2012년)의 팔색조 서식환경을 비교 분석한 결과 개체수나 서식면적이 50년 전에 비해 수십 배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14일 밝혔다.
연구팀은 1960년대에는 제주 중산간 일대가 목장용 초지 등으로 개발됐고, 숲이 있던 계곡 주변이나 곶자왈 등에선 땔감용 벌채가 성행해 당시 팔색조 서식지는 해발고도 1,600여m인 한라산 영실 기암 인근 정도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50년에 걸쳐 중산간 일대 계곡과 곶자왈을 중심으로 숲 생태계가 살아나 해발 1,000m 이상 지역에서만 관찰되던 팔색조가 현재는 주로 1,000m 이하 지역에서 번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식생이나 식물상 등 서식환경에 대한 문헌조사와 더불어 위성영상 사진을 판독한 결과 1970년대는 중산간 일대 대부분이 초지였으나 현재는 이들 지역이 팔색조가 살 수 있는 숲으로 바뀌었고, 초지 면적이 이전보다 약 2.5배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현규 박사는 "현재 팔색조는 해발 400~600m 인근에 가장 많이 번식하고 있다"며 "중산간 계곡과 곶자왈 등의 숲을 잘 유지하는 것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팔색조를 보호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천연기념물 제204호인 팔색조는 5월 중순에 우리나라에 와 10월까지 머물다 떠나는 여름철새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정하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다.
제주=정재환기자 jungj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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