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문 (라)의 의미를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시문 (가)의 논지를 평가하시오. (1000자안팎, 50점)
◆제시문 (가)
강녕의 용반, 소주의 등위, 항주의 서계는 모두 매화 산지이다.
어떤 이는 "매화는 휘어져야 아름답고 곧으면 맵시가 없으며, 틀어져야 아름답고 똑바르면 볼품이 없으며, 성기어야 아름답고 빽빽하면 자태가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 하지만 문인화가들은 마음으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러한 기준으로 천하의 매화를 평가한다고 큰 소리로 분명하게 말하지는 못한다. 또한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곧은 것을 베고 빽빽한 것을 쳐내고 똑바른 것을 잘라 매화를 병들게 하고 매화를 빨리 죽게 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 돈을 벌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매화를 틀어지게 하고 성기게 하고 휘어지게 하는 것은 돈 벌기에 급급한 우둔한 사람들이 그 머리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대신 문인화가들은 자신의 괴벽한 취미를 매화 파는 사람에게 확실하게 알려서, 똑바른 것을 베어 곁가지를 키우고 빽빽한 것을 쳐내 어린 가지를 죽이고 곧은 것을 잘라 생기를 막음으로써 높은 값을 구하게 하니, 강(江: 장쑤성)과 절(浙: 저장성) 지방의 매화는 모두 병이 들었다. 문인화가들이 끼친 폐해가 이 정도로 심할 줄이야!
나는 300개의 매화 분재를 샀는데 모두 병들었고 온전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3일 동안 울고 나서 그것들을 치료해 주고 풀어주고 순리대로 살게 해주겠다고 맹세한 뒤, 화분을 깨뜨려 모두 땅에 묻어주고 동여맨 끈을 풀어주었다. 5년을 기약으로 반드시 그것들을 회복시키고 온전하게 해주겠다고 다짐했다.
◆제시문 (나)
무량수전은 고려 중기의 건축이지만 우리 민족이 보존해 온 목조 건축 중에서는 가장 아름답고 가장 오래된 건물임이 틀림없다. 기둥 높이와 굵기, 사뿐히 고개를 든 지붕 추녀의 곡선과 그 기둥이 주는 조화, 간결하면서도 역학적이며 기능에 충실한 주심포의 아름다움, 이것은 꼭 갖출 것만을 갖춘 필요미이며 문창살 하나 문지방 하나에도 나타나 있는 비례의 상쾌함이 이를 데가 없다. 멀찍이서 바라봐도 가까이서 쓰다듬어 봐도 무량수전은 의젓하고도 너그러운 자태이며 근시안적인 신경질이나 거드름이 없다.
무량수전 앞 안양문에 올라앉아 먼 산을 바라보면 산 뒤에 또 산, 그 뒤에 또 산마루, 눈길이 가는 데까지 그림보다 더 곱게 겹쳐진 능선들이 모두 이 무량수전을 향해 마련된 듯싶어진다. 이 대자연 속에 이렇게 아늑하고도 눈맛이 시원한 시야를 터줄 줄 아는 한국인, 높지도 얕지도 않은 이 자리를 점지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층 그윽하게 빛내 주고 부처님의 믿음을 더욱 숭엄한 아름다움으로 이끌어 줄 수 있었던 뛰어난 안목의 소유자, 그 한국인, 지금 우리의 머릿속에 빙빙 도는 그 큰 이름은 부석사의 창건주 의상대사이다.
이 무량수전 앞에서부터 당간지주가 서 있는 절 밖, 그 넓은 터전을 여러 층 단으로 닦으면서 그 마무리로 쌓아 놓은 긴 석축들이 각기 다른 각도에서 이뤄진 것은 아마도 먼 안산이 지니는 겹겹한 능선의 각도와 조화시키기 위해 풍수사상에서 계산된 계획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석축들의 짜임새를 바라보고 있으면 신라나 고려 사람들이 지녔던 자연과 건조물의 조화에 대한 생각을 알 수 있을 것 같고, 그것은 순리의 아름다움이라고 이름 짓고 싶다. 크고 작은 자연석을 섞어서 높고 긴 석축을 쌓아올리는 일은 자칫 잔재주에 기울기 마련이지만, 이 부석사 석축들을 돌아보고 있으면 이끼 낀 크고 작은 돌들의 모습이 모두 그 석축 속에서 편안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 희한한 구성을 이루고 있다.
◆제시문 (다)
르네상스 시대 궁정의 여성에게는 무엇보다도 '우아함'이 요구되었다. 우아하게 보이기 위해 가장 조심하고 피해야 할 것은 '꾸민 듯함'이다. '꾸민 듯함(아페타티오네)'은 '아무런 티도 안 냄(스프레짜투라)'과 대비된다. '우아함'을 훌륭하게 연출하는 최대의 요령은 이 '아무런 티도 안 냄'에 있다.
'우아함'을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아무런 티도 안 냄'이라고 한다면 설명할 수 있다. '아무런 티도 안 냄'이란 '기교를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하면서 마치 아무런 노력이나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말하고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다. 그럴 때 '우아함'이 가장 잘 드러나게 된다. 타인이자 동료인 궁정인들의 시선을 과도할 정도로까지 의식하고 계산한 끝에 나오는 연기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결코 표면에 드러내서는 안 된다. 주체가 연기하는 '아무런 티도 안 냄'이라는 '태도(마니에라)'의 이상은 타자의 시선에 의해 구성된다. 그러므로 자연스러움이란 인위적인 것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바로 이 패러독스에 '아무런 티도 안 냄'의 본질이 있다.
특히 여성은 그 태도나 몸가짐에서 가능한 한 '아무런 티도 안 나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 즉 섬세하게 갈고 닦은 정신을 지니면서도 늘 아무런 궁리나 노력도 하지 않은 듯이 보여야 하는 것이다. 줄리아노의 말처럼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더욱 아름다움에 신경을 쓰는 게 당연하고도 정당한 일"이기에 여성은 남성보다 더욱 교묘하게 이 패러독스를 연기해야 한다.
◆제시문 (라)
다이아몬드 원석과, 물방울 다이아몬드 사진
[예시 답안]
인위적 미도 중요시하는 (라) 관점에서 자연의 미 강조하는 (가)의 논거는 적절치 않아
다이아몬드 원석은 미적 측면에서 볼 때 볼품없고 못생겼다. 반면에 물방울 다이아몬드는 미적 측면에서 볼 때 볼품 있고 아름답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선호의 측면으로 볼 때, 물방울 다이아몬드가 다이아몬드 원석보다 더 사람들의 선호가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다이아몬드 원석은 꾸미려는 인위적인 노력이 겉으로 드러나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물방울 다이아몬드는 인간이 직접 조각을 하여 꾸며낸 인위적인 노력이 겉으로 보인다. 이러한 이유로, 사람들의 선호는 다이아몬드 원석보다 물방울 다이아몬드가 더 높다.
또한 자연적 미와 인위적 미의 조화의 측면에서 볼 때 다이아몬드 원석은 물방울 다이아몬드보다 뒤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다이아몬드 원석은 원석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 자연적인 미를 보이지만 인위적인 미와 조화를 이루지 못해 순리의 아름다움이 드러나 있지 않다. 이에 반해 물방울 다이아몬드는 조각해낸 모습을 보이며 인공적인 미와 조화를 이루며 순리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다이아몬드 원석보다 물방울 다이아몬드가 자연적 미와 인위적 미의 조화가 더 잘 나타나 있다고 할 수 있다.
제시문(가)의 주장은 자연적인 미와 인위적인 미 중 자연적인 미를 더 중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인위적인 미는 자연적인 미를 훼손시키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시문 (라)의 관점에서 볼 때, 제시문(가)의 논거는 타당하지 않다. 왜냐하면 인위적인 미가 가미되지 않은 순수한 다이아몬드 원석 보다 인위적인 미를 가미한 물방울 다이아몬드가 더 아름답기 때문이다. 이는 미적 측면, 사람들의 선호의 측면 그리고 자연적 미와 인위적 미의 조화의 측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로 볼 때 인위적인 미를 가미하여 대상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유추해 낼 수 있다. 따라서 인위적인 미가 자연적인 미를 해친다고 주장하는 제시문(가)의 논거가 적절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윤수빈ㆍ경기 고양시 백석고 졸
[문제 분석과 답안 총평]
조화의 차원서 두 그림 비교했으나, 서로 조화를 이루는 구체적 예시·사례 나타낼 필요
해석하기와 평가하기가 결합한 문제다. 연세대는 2007학년도 이후 통합교과논술을 실시하면서 도표와 그래프의 통계자료를 해석하는 문제를 꾸준히 출제했다. 이번에 색다른 점은 그림을 해석하는 문제가 나온 점이다. 그림 해석이라고 해서 마음대로 무턱대고 답안을 작성할 것이 아니라 1번 문제에서 3개 제시문을 비교한 내용을 토대로 그림을 해석하는 데 사용할 관점을 찾아낸 후 그 관점을 이용해 그림 해석내용을 담은 답안을 작성해야 한다. 그 다음이 평가하기이다. 그림을 해석한 내용을 토대로 특정 제시문의 논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즉 그림을 해석한 내용을 토대로 논술 문제에서 지정한 특정 제시문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인 주장과 근거의 타당성 여부를 밝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답안의 좋은 점은 (라)의 그림 과 를 해석하는 데에 사용한 관점을 제시문 (가), (나), (다)에서 찾고 있다는 점이다. 배경지식을 사용하지 않고 제시문의 내용에 착안해 앞서 비교한 내용과 연계하여 논리적으로 통일성을 갖춘 답안을 작성하려고 노력한 점이 좋은 점이다.
그러나 지적할 점이 있다. 첫째, 아름답게 꾸미려는 노력의 연출 면에서 그 연출이 드러나지 않는 것이 우아함의 기준이라는 (다)의 내용에 착안하여 해석 기준을 찾은 것은 좋다. 다만 그 내용은 적절하지 않다.
물방울 다이아몬드는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이지 않고 마치 처음부터 아름다운 보석이었던 것처럼 보이는 데에 그 매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이아몬드 디자이너와 세공사는 이런 물방울 다이아몬드를 어떻게 만들었을까 하는 놀라움을 자아내게 한다. 물론 그 노력은 정작 티가 나지 않는다. (다)의 기준으로 볼 때 우아한 아름다움을 갖추려는 노력은 드러나지 않을 때 아름다운 것이기에 물방울 다이아몬드는 이런 점에서 아름답다고 언급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둘째, 두 번째 단락에서 제시한 내용에서 지적할 사항이 있다. 조화의 차원에서 두 그림을 비교했다. 이 내용 중 자연적인 미와 인위적인 미의 조화를 언급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비교의 내용인 무엇과 무엇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가가 정확하게 나립ち?않는다는 점이다. 주변과의 조화라는 측면에서 보면 다이아몬드는 장신구이기에 그것을 착용하는 사람과 조화를 이루어 착용하는 사람을 한층 더 돋보이게 만들어 줄 수 있다. 이에 비해 다이아몬드 원석은 그 자체로는 돌멩이에 불과하여 그것을 착용한 사람을 돋보이게 만들거나 장식용으로 사용하여 주변과의 조화미를 찾기는 어렵다. 이런 점을 명확하게 보여줘야 채점자들로 하여금 설득력이 있는 해석근거라고 내세울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맞춤법에서는 '원석 보다'라고 표현한 것을 '원석보다'라고 수정해야 한다. '~보다'는 비교조사이므로 명사 뒤에 붙여 써야 하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해석의 관점을 제시문에서 찾으려는 노력은 좋았지만 해석 내용을 제시문과 동떨어지게 제시하여 아쉬움이 남는 답안이다.
김경석ㆍ종로학원 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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